칠공예품에 새겨진 한중일 문화의 정수

사지원 기자 2024. 7.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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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柒器)는 옻나무의 수액을 가공한 도료를 입혀 만드는 기물로, 한국·일본·중국 동아시아 삼국에서 공통으로 발달했다.

그런데 동아시아 삼국의 칠기 제작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는 한일중 3국의 칠기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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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 ‘조칠기’ ‘마키에’ 등
국립중앙박물관 46개 작품 전시


칠기(柒器)는 옻나무의 수액을 가공한 도료를 입혀 만드는 기물로, 한국·일본·중국 동아시아 삼국에서 공통으로 발달했다. 칠기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고, 쉽게 썩지 않아 땅속에서도 천년을 견뎌낸다. 그런데 동아시아 삼국의 칠기 제작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는 한일중 3국의 칠기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전시다. 14∼19세기에 제작된 칠기 46건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오세은 학예연구사는 “각국이 가려 뽑은 칠공예품을 골고루 구성해 서로 다른 칠공예 문화를 보여주려 했다”며 “동아시아에서 칠기는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공예품으로도 널리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나전 칠 십장생 무늬 이층 농(한국)
한국은 옻칠 위에 영롱한 자개를 붙여 장식한 ‘나전칠기’가 독보적으로 발달했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년)은 고려의 나전칠기를 ‘세밀가귀(細密可貴·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라고 했을 정도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보물로 지정된 ‘나전경함’을 볼 수 있다. 고려 후기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로, 자개를 오린 작은 모란꽃들 주위에 얇은 금속선의 넝쿨을 만들어 감싸 화려함을 더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인 조선 19세기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 등 조선시대 나전칠기도 감상할 수 있다. 붉은 옻칠이 된 이층 농에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무늬와 각종 산수 무늬가 풍부하게 채워져 있다.
조칠 산수 인물 무늬 운반 상자(중국)
중국은 겹겹이 옻칠한 기물 표면 위에 조각하는 ‘조칠기(彫漆器)’를 선보이고 있다. 청나라 건륭(재위 1735∼1796년) 시기 제작된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는 두껍게 칠한 붉은 옻칠에 여섯 폭의 산수·인물도를 새긴 것으로, 이 시기 조칠 공예품의 정수로 꼽힌다. 붉은색과 검은색 옻칠을 겹겹이 발라 무늬를 새긴 ‘조칠 구름무늬 탁자’, 뒷면에 ‘중화(中和)’라는 글자가 새겨진 칠현금 등 명나라의 화려한 조칠기도 눈을 사로잡는다.
마키에 칠 연못 무늬 경전 상자(일본)
일본은 옻칠 위에 고운 금·은가루를 뿌려 제작하는 ‘마키에’ 칠기를 전시한다. 15세기경 제작된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는 옻칠을 한 상자 전체에 금가루를 뿌려 배 껍질처럼 바탕을 표현했다. 극락정토에 핀다는 연꽃과 연못, 연꽃잎이 지는 모습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이 외에도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만칠기’, 흐르는 물가에 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묘사한 책상과 벼루상자 등이 눈을 호강시킨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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