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베테랑의 단식 투혼… “코치님 많이 그립다”

임보미 기자 2024. 7.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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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9·체코·세계랭킹 32위)가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크레이치코바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스민 파올리니(28·이탈리아·7위)를 2-1(6-2, 2-6, 6-4)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처음 우승한 크레이치코바는 2021년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단식 2승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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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크레이치코바, 윔블던 여자 단식 첫 우승
여자 복식선 ‘골든 커리어슬램’ 최강… 윔블던 단식선 2021년 16강 최고기록
코치는 ‘체코 전설’로 불린 노보트나… “26년전 코치가 든 트로피 내가 들다니”
우승 또 좌절 파올리니 “그래도 좋은날”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가 13일(현지 시간)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를 2-1(6-2, 2-6, 6-4)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신화 뉴시스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9·체코·세계랭킹 32위)가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크레이치코바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스민 파올리니(28·이탈리아·7위)를 2-1(6-2, 2-6, 6-4)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처음 우승한 크레이치코바는 2021년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단식 2승째를 거뒀다. 이번 대회 전까지 크레이치코바의 윔블던 단식 최고 성적은 2021년 기록한 16강이다. 크레이치코바의 이번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깜짝 우승’이다. 올해 크레이치코바는 윔블던 이전까지 출전한 대회 단식에서 4강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직전 메이저 대회였던 프랑스 오픈에선 1회전 탈락했다.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윔블던 센터코트 건물 벽에 새겨지는 역대 우승자 명단에 크레이치코바의 이름이 추가됐다. 이를 본 크레이치코바는 “믿기지 않는다. 머릿속엔 야나가 많이 그립다는 생각뿐이다. (우승자 명단에) 코치님 이름과 내 이름이 나란히 있는 걸 보니 감동이다. 코치님이 많이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야나 노보트나(1968∼2017)는 1998년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이다. 체코 여자 선수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가 프로에 데뷔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코치를 맡았다. 노보트나는 201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가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에 입을 맞추고 있다. 런던=신화 뉴시스
크레이치코바는 우승 뒤 “그날 노보트나 코치님 집 문을 두드린 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열여덟 살 때 주니어 무대를 마치고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조언을 구했는데 그때 코치님이 ‘잠재력이 있으니 무조건 프로 선수가 돼라’고 말해 주셨다”며 “돌아가시기 전엔 메이저 대회에 나가서 즐기고, 우승하라는 말도 해주셨다. 코치님이 차지했던 윔블던 트로피를 내가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원래 복식 전문 선수다. 프랑스 오픈(2018, 2021년) 윔블던(2018, 2022년), 호주 오픈(2022년), US 오픈(2022년) 등 메이저 대회 여자 복식에서 통산 6번이나 우승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골든 커리어슬램’을 달성했다. 호주 오픈에선 혼성 복식 3연패(2019∼2021년)를 하기도 했다. 2021년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과 복식 2관왕에 오른 크레이치코바는 이번 윔블던 여자 복식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이날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크레이치코바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선수를 계속 ‘복식 전문’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크레이치코바는 단식, 복식을 가리지 않는 우승 전문가가 됐다”고 했다.

파올리니는 지난달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이번에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탈리아 여자 선수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룬 파올리니는 “조금 슬프긴 하지만 오늘은 여전히 좋은 날이니 미소를 잃지 않겠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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