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인간관계 생명론 ‘소통’

경기일보 2024. 7.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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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또는 개체군 간 생물의 소통은 화학물질이 매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식물의 타감 물질 또한 타 개체군과의 경쟁에서 생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소통의 화학물질로 활용된다.

물속에서 물체의 표면에 생성되는 바이오필름을 생성하는 균도 그들의 소통으로 견고한 군체를 생성하니 개체 또는 집단 간의 소통은 생명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 시기의 개체 간 이뤄지는 소통은 화학물질이나 영상신호처럼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한 객관적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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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국제해사기구 과학기술전문위원

개체 또는 개체군 간 생물의 소통은 화학물질이 매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곤충에 있어 페로몬은 그 대표적 물질이다. 소통의 주체가 되는 개체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화학물질을 생성하고 이 물질의 수용기를 가지는 개체는 해당 화학물질의 기능적 활성을 수행한다. 선호적이지 않은 꽃가루에 대해 수분과 수정의 과정을 지체해 생식의 선택을 생화학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식물의 타감 물질 또한 타 개체군과의 경쟁에서 생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소통의 화학물질로 활용된다. 물속에서 물체의 표면에 생성되는 바이오필름을 생성하는 균도 그들의 소통으로 견고한 군체를 생성하니 개체 또는 집단 간의 소통은 생명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동물에 있어 영상신호 또한 중요한 근거리 소통 수단이다. 빛의 물리적 특성상 속도가 매우 빨라 이 소통은 포식과 피식이 연계된 생존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 신호를 세밀하게 감응하는 기능적 구조를 발달시킨 개체는 그 개체군 내에서 생식과 번식의 기회가 높다. 개체군은 영상신호의 해상은 물론이고 수용체인 시상 등 신경계가 발달하는 유전자의 선택 빈도를 높인다. 이와 연계된 내분비계 등의 활성으로 영상신호는 생식과 번식의 기회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수컷이 화려한 외양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 영상신호를 통한 소통은 객관적 사실을 감지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의태같이 포식자를 속이는 피식자의 생존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들 소통은 각 개체에게 주어진 생물적·무생물적 환경 여건에 따라, 그리고 소통이 발생하는 타이밍에 따라 변형이 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예측이 어렵지 않다. 즉, 진화라는 자연법칙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 꿀벌과 개미 같은 동물은 개체군의 기능적 업무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단순한 소통을 한다. 소통은 단순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냥을 위해 집단 체제를 이루는 고등동물은 종 내 경쟁을 통해 집단 내 서열을 유지하기 때문에 소통은 생존을 위한 체제 관리라 할 수 있다. 한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거느리는 체제에서 이 소통은 더욱 복잡하다.

거의 전 생애를 통해 사회적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인간의 소통은 생애 주기별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사회생태학적으로 사회 내 상대적 위치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과 도전은 이 차이를 크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발달 과정인 생식과 번식의 시기에 도달할 때까지 이들 개체와 집단의 소통은 생물학적 소통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시기의 개체 간 이뤄지는 소통은 화학물질이나 영상신호처럼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한 객관적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과 경험의 과정에 있어 재화와 권력에 대한 지위와 위치가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고 개별 체감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 소통 또한 복잡한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가며 각 개체는 각자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관심사와 개체의 지위 확보 등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며 소통은 제한되고 만다. 생명의 소통은 공존을 위한 본능과 질서를 위한 관리다.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하지 않는 상대방은 소통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인간의 소통은 생명의 본질을 뒤집는 일이 된다. 소통에 있어 화학물질보다는 화상신호에 민감한 인간이 스스로 선입견이라는 고정관념을 생성하거나 생성하도록 유도된다면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 자신의 인문적 관점만 강조되는 소통은 개체가 속한 개체군을 부정하는 일이 되거나 사회 체제의 유지 관리에 변칙을 낳는다. 나, 그리고 인간 중심으로 하는 인본의 인문적 상상력은 소통의 부재도 생성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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