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핵심 지도자 표적 공습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7. 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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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삼 최고 사령관’ 사망 가능성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이 벌어진 가자지구 칸 유니스 인근 알마와시의 모습. 대형 폭탄으로 인한 깊은 웅덩이가 파여졌다. /AP 연합뉴스

10개월째에 접어든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점차 종반전을 향하는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해 ‘사살 1순위’ 명단에 올랐던 무함마드 데이프(59) 등 하마스 핵심 지휘관들의 위치가 발각당해 13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을 받았다. 데이프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추적을 농락해 온 이들의 행적이 노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마스가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 수뇌부 겨냥 공습”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가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의 해안가에 인접한 ‘알마와시’ 지역을 전격 공습했다. 이곳은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자제하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인근에 난민 캠프가 몰려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목표는 난민 캠프에서 멀지 않은 저층 건물이었다고 전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은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의 여단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와 라파 살라메가 은신한 곳이 확인돼 공격이 벌어졌다”면서 “이들이 제거됐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사망했거나 최소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상훈

이스라엘군도 이날 공습 사실을 인정하며 “테러리스트의 수괴를 겨냥한 군사작전”이라고 밝혔다. 데이프와 살라메는 지난해 10월 7일 민간인 700여 명을 참혹하게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납치,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이 작전의 핵심 인물들에게 현상금을 내걸고 추적해왔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40만달러, 살라메 20만달러, 데이프 10만달러 등이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매우 정확한 첩보를 입수했고, 확실한 결과를 얻으려 ‘벙커버스터’ 등 대형 폭탄 5개를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땅굴을 통한 피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마스, 흔들리나

무함마드 데이프

하마스 측은 일단 이스라엘 발표를 부인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 지휘관을 노려 공습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데이프는 지금 멀쩡히 살아 이스라엘의 발표를 비웃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도 “알마와시에서 주민과 피란민 최소 90명이 숨졌고 30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 중 하마스의 무장 요원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상자는 현장에 있던 하마스 대원일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인 사상자 발생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의 고위 지휘관을 겨냥한 수십차례의 표적 공습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그중에도 핵심인 데이프의 위치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대부분을 휩쓸었고, 땅굴과 잔당 소탕에도 진전을 보이자, 더는 하마스가 숨을 곳이 없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프는 암살을 피하려 끊임없이 이동하고, 머무른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위치가 노출됐다는 것은 민간인을 방패로 내세운 하마스의 전쟁에 질릴 대로 질린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협력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12일 가자 북부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을 수색해 하마스의 무인기(드론), 로켓, 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등 무기를 대거 확보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분자들이 UNRWA 본부를 요새로 이용했다”며 증거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다친 이들을 옮기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을 주도했던 하마스 지휘부가 이 지역에 머무르고 있단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뉴스1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에도 차츰 유화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마스 고위 관리 후삼 바드란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전후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자치의) 새 정부 구성을 지지하고, 경찰권도 양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가자 지구 통치권을 사실상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마스는 앞서 지난 4일 그동안 고수해 온 ‘영구 휴전’ 요구를 접고, 16일간 군인과 성인 남성 등 남은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새 휴전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이에 “휴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면 이러한 변화가 지난 10개월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벌인 군사작전의 성과로 보고, 협상 조건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협상단에 ‘휴전 중 가자 북부로 무장 남성들이 귀환하는 것은 금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휴전 중에는 피란민의 가자 북부 귀향을 허용하기로 했었다.

☞무함마드 데이프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이다. 1991년 알카삼 여단 창설에 참여했고, 지난 30여 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수백 건의 테러 및 납치 행위를 이끌었다. 가자 지하의 땅굴망 건설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명은 ‘무함마드 디압 알마스리’지만, 암살을 피해 한 장소에 하루 이상 머물지 않고 돌아다녀 ‘손님’을 뜻하는 아랍어 ‘데이프’로 불려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와 모사드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지금까지 최소 10여 차례의 표적 공습과 암살 시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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