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이의리→크로우→이준영→정해영→최지민→윤영철→KIA 불펜 아슬아슬, 꽃범호의 진짜 시험대[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크고 작은 부상 혹은 피로누적으로 1군에서 한 번이라도 빠진 투수가 은근히 많다. 1위의 무게감일까. KIA 타이거즈 마운드는 위기다.
KIA 스마일가이 윤영철(20)이 14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1군에서 빠졌다. 요추 염증 진단을 받았고, 15일 서울에서 크로스체크를 받는다. 이범호 감독은 등판을 한번만 거르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윤영철의 허리 상태는 현 시점에선 누구도 전망하기 어렵다. 공백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KIA는 올해 유독 마운드에 부상이 많다. 개막과 함께 임기영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의리는 4월 초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윌 크로우 역시 5월에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6월 중순에는 좌완 원포인트 이준영도 팔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 1달간 쉬었다. 정해영은 6월 말 투구 도중 어깨 근육통으로 이탈했다. 최근 캐치볼을 소화하고 복귀 준비를 갖춘 상태다. 그나마 최지민은 특별한 부상 없이 피로누적으로 딱 열흘만 쉬기로 했다.
모든 팀이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부상과의 전쟁을 동시에 치른다. 플랜 B,C,D까지 잘 갖춘 팀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범호 감독 역시 마운드의 난제를 뚫고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결국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진다. 이의리와 크로우 대신 황동하와 캠 알드레드가 선발진에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자리잡기까지 재미를 못 본 대체 선발 카드들도 있었다.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경기가 많았고, 불펜이 자주 나갔다. 또 KIA가 이기는 경기를 리그에서 가장 많이 하다 보니 불펜 소모가 기본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이의리와 크로우의 동반 이탈 때부터 조짐을 보인 불펜투수들의 체력 저하가 6월 들어 표면화됐고, 최근에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윤영철이 빠지고 김건국이 선발로 들어온다. 김건국이 윤영철 정도로만 던져주면 KIA로선 땡큐인데, 그것도 쉬운 미션이 절대 아니다. 결국 가뜩이나 힘겨운 불펜 투수들이 윤영철 공백으로 또 다시 고통분담을 떠안게 됐다.
필승조, 추격조 할 것 없이 KIA 불펜투수들의 6월 이후 행보가 불안정하다. 마무리 정해영 앞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상현과 장현식의 평균자책점이 5.03, 4.98이다. 최지민의 3.22 시즌 초반보다 많이 오른 결과다. 곽도규가 4.65, 김도현이 5.90, 김대유가 7.71, 김사윤이 4.88.
물론 이들의 부진이 오롯이 부상자에 의한 과부하 휴유증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3연투를 되도록 지양하고, 지는 경기서는 필승조를 아낀다. 그런데 또 KIA가 타격이 좋아서 일방적으로 크게 지는 날이 많지 않다. 이래저래 불펜 운영이 어렵다.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을 마무리로 쓰고, 그 앞에 임기영과 장현식을 쓴다. 과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 그러나 막상 개개인이 결과가 안 나오면 좋은 과정도 묻힌다. 이범호 감독도 14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범호 감독은 “어렵네요. 5월달만 넘어가면 되겠다 했는데 6월이고, 6월만 넘어가면 되겠다 했는데 영철이까지 이렇게 계속 빠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빠져나가는 거는 또 빠져나가는 거고 휴식을 좀 확실히 취해가면서, 타자들이 또 힘을 내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 팀이기 때문에”라고 했다.
불펜투수들 심정을 이해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겠죠. 지금 8~90경기를 했는데 (장)현식이 같은 경우는 40경기 이상, 두 경기에 한 경기 꼴로 올라왔다. 이틀 이상 연투를 안 시키면서 가지만 참 많이 던졌다. 1등을 달리고 있어서 이기는 경기가 많기 때문에 불펜들을 (많이)사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그 안에서 최소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선발들이 조금씩 일찍 무너지고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얘기를 하고 불러서 대화를 하면 ‘지치지 않았다, 괜찮다’라고 얘기해 주니까 그런 부분들이 고맙죠. 점수를 많이 주고 경기를 이기고 지고는 저희가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한다”라고 했다.
부상에 대해 이범호 감독은 “그 상황서 또 대처해야 한다.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걸맞는 경기력도 보여줘야 한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야 될 부분이 쌓이는 것 같은데 어떤 팀이든 부상 선수가 나오는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이기는 경기에 집중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1, 2, 3번 선발이 나갔을 때는 확실히 이겨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이범호 감독에겐 지금 투수진으로 어떻게든 정비해 1위를 지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단, 불펜의 경우 내부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외부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도 있다. KIA 불펜이 여전히 기로에 놓였다.
장현식은 “불펜에서 투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가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지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잘 막아서 역전할 수 있게 하고 이기는 상황에서는 승리를 꼭 지킬 수 있게끔 서로 힘도 많이 불어넣어준다. 이제 조금 힘이 떨어질 시기이기도 해서 이런 팀 워크가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좋은 분위기를 쭉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렇게 KIA가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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