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복귀'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답답한 '자산운용수익률' 해결할까
홍 대표, 자산운용 부문 강화 재차 언급
글로벌 자산운용 지분 넓힐지 관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지난해 말 삼성화재에서 '친정'인 삼성생명으로 복귀한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가 생명보험사 '부동의 1위' 타이틀 굳히기에 나선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자산운용수익률 개선에 공을 들여왔던 노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홍 대표가 신년사에서 자산운용 부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공채 출신인 홍원학 대표는 지난 2020년 말 삼성화재로 옮긴 지 3년 만에 삼성생명 대표로 복귀했다. 삼성생명이 홍 대표를 선임한 데에는 2년여간 삼성화재의 고공 성장을 이끈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홍 대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에서 보험과 연결되는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 대표는 삼성생명의 낮은 자산운용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자산운용 부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이라며 "자산운용은 운용 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 투자의 질과 양, 속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한화생명(2.76%)보다는 높지만 교보생명(4.05%)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부문 임원을 사장 급으로 올리면서 수익률 개선에 공을 들여왔던 노력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란 평가가 따른다.
운용자산이익률은 투자 수익률로써 보험사 자산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수년 째 3%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다. 고금리 장기화 속 기존 보유하던 채권 가격이 떨어지며 투자이익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22개 생보사의 누적 투자손익은 1조6025억원으로 1년 전(17조6664억원) 대비 90.9% 급감했다.
특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비중이 채권에 집중된 보험사들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는 채권 비중이 49.3%로 가장 컸다. △주식(21.2%) △대출(18.1%) △수익증권 등(8.7%) 등이다.
문제는 올해 미국 등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생보사의 경우 기존 보유 채권에 대해서는 고금리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금리 역마진 확대로 장부상 평가손실은 불가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중장기 이차익 제고를 위해 지난해 2분기까지 저이원 채권을 고이원 채권으로 교체 매매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에 밀린 삼성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자산운용 부문의 강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올해 첫 성적표에서 삼성생명은 '동생'격인 삼성화재에 실적 면에서 여전히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삼성화재는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7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이는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6221억원으로 전년 동기(7068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퇴직연금 해지패널티이익 및 저이원채 교체매매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국내보험에만 의존하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홍 대표가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에 있어 어떤 전략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지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추가로 해외 자산운용사 지분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해외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위해선 우선 지분 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명보험사의 해외사업 부문은 지난해 말 기준 1.5%에 불과하다. 6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보험사에 대비 현저히 낮다. 이에 지난 2020년 삼성생명은 2030년까지 해외보험과 자산운용의 수익비중을 각각 30%, 32%까지 늘린다고 공표한 바 있다.
앞서 2021년 삼성생명은 영국 부동산 운용사 세빌스(Savills) IM 지분 25%를 취득하고,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하는 등 해외 대체투자(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인프라투자 전문 운용사인 메리디암(Meridiam SAS)의 보통주 20%를 취득해 2대 주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향후 메리디암 감독이사회 참여, 사업협력협의체 신설 등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업황 악화의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세빌스 IM홀딩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2억원, 총자산은 2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247억원을 기록한 전년도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홍 대표는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5월 미국 뉴욕 콘래드 다운타운 호텔에서 진행된 '2024년 금융감독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뉴욕 투자설명회(IR)'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자 규모가 큰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리스크를 극복하려고 한다"며 "현재 미국 내 몇몇 투자전문운용사와 지분 투자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외부에 공개하기엔 시기가 좀 이르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자산운용은 삼성생명 미래 수익에 있어 비중이 높은 핵심 사업"이라며 "해외 부동산·인프라 등의 비중을 현재 5%에서 향후 26%까지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다양한 전략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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