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유일하게 '노력'한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 KFA의 '직무유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포포투=한유철]
'전력강화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한 사람은 박주호 뿐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KFA)는 그런 그에게 '법적 대응'이라는 화살을 들이밀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도자가 드디어 결정됐다. 주인공은 약 5개월 동안 끊임없이 논의된 '외국인 감독'이 아닌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후 비판이 이어졌다. 이유는 당연했다. KFA는 위르겐 클린스만 해임 이후 약 5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수많은 후보를 검토했고 만남도 가졌다. 프로세스 자체는 느렸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외국인 감독이 언급됐기에 이들 중 한 명이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5개월 이후, 공식선상에 선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시간이란 시간은 다 잡아먹고 결정된 감독이 홍명보 감독이라는 것에 축구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홍명보 감독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역시나 이유는 분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수원 FC전 기자회견까지 대표팀 부임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협회의 더딘 진전에 쓴소리를 뱉으면서 대표팀 부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완강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단 며칠 만에 마음을 바꿨다. 내정 기사가 나온 이후엔 입을 꾹 닫았고 기자회견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자기 자신을 정당화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은 내부 관계자들조차 알지 못한 사실이다. 특히 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박주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촬영하는 도중에 이 사실을 접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소 넋이 나간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후 박주호는 KFA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주호의 발언에 KFA를 향한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이에 KFA는 곧바로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KFA는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입니다. 영상 발언 중 언론과 대중들의 오해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은 왜곡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역시나 KFA의 공식 발표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많은 팬들은 감독 선임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닫고 있다가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만 신속하게 대응을 하는 모습에 질색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은 인터뷰를 통해 KFA의 이러한 행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동국 역시 의견을 더했다. 그는 13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번 국가대표 감독 이슈가 크네요. 5개월이 넘는 시간을 지켜보며 참 아쉽단 생각을 했네요. 과정이 좋아야 하는데 한국 축구 팬들의 걱정과 기대만큼 잘 되지 않은 것 같네요. 지금의 이슈에서 한 단어가 제 머리속을 강타하네요. 법적대응이요. 누구보다 노력을 한 사람한테 이런 단어는 아니죠. 신뢰를 잃은 지금 누구의 탓이 아니라 모두가 본인의 탓이라 생각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드네요”라며 박주호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KFA의 대처를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은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이라는 단어를 들이밀기 전에 본인들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노력'한 사람은 박주호 뿐이다. 그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여러 감독 후보들과 컨택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제시 마치 감독과의 접촉 역시 박주호를 필두로 이뤄진 것이다.
박주호가 이렇게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동안, 다른 위원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박주호의 의견에 따르면, 태클을 걸기만 바빴다. 이미 머릿속에 정해진 답이 있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말 그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이에 근거했을 때, 유일하게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인물은 박주호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무얼 하고 있었나. 정말로 전력 강화를 위해 힘을 썼나.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인가. 이들이 제 역할을 했다고 느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전력 강화라는 조직의 취지를 실현하지 않은 사람들.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을 논하기 전에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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