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사도광산, 닮은 꼴 산업유산과 다를까

강구열 2024. 7. 1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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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서 조선인들의 강제노동
日 근대화 역사 일부인 양 포장
7월 유네스코 등재 여부 주목
역사왜곡에 韓 입장 관철시켜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논란은 2015년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및 탄광’(산업유산)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포함한 산업유산에서 일제강점기 징용된 조선인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점을 지적하며 등재를 반대했었다. 사도광산을 두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상당한 논란 끝에 일본은 강제노동 사실을 포함한 산업유산의 전체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등재에 성공했다.

사도광산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논란이 일고 나서는 더 자주 한국 언론은 일본이 당시의 약속을 지켰는지를 점검했다. 공통된 결론은 ‘아니다’였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제2청사 별관 내에 산업유산정보센터가 있다. 산업유산과 관련된 사료수집, 조사연구, 공보활동, 교육·연수 등의 중심인 이곳의 메시지가 곧 산업유산에 대한 일본의 태도다. ‘존(ZONE) 1·2·3’으로 나뉜 전시실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산업유산은 “우리나라(일본)의 중공업에서 일어난 큰 변화, 국가의 질을 변화시킨 반세기 산업화”의 증거다. 강제노동과 관련된 내용은 존3에 모아뒀다. 군함도에서 일하거나 살았던 사람들의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 군함도 생활을 보여주는 영상, 사진 자료, 월급 봉투 등이 전시돼 있다.

정보센터는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그것에 수반된 억압과 차별, 폭행 등은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증언이라며 “(한국인, 일본인 노동자 간에) 연대감이 강했다. 조선인은 목숨을 의지한 동료였다”고 주장한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 부당한 대우가 없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가장 뚜렷한 것이 40여장의 월급봉투다. 봉투 겉면에 잔업수당, 가족수당, 야근수당이 표시돼 있다. “억압당했다는 인상을 없애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전시물도 눈에 띈다.

정보센터에 반성은 없다. 급속한 산업화를 일궈낸 영광의 역사만 가득하고 산업유산에 포함된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각지 23개 현장은 조선인, 일본인의 동료애가 넘쳐난 현장처럼 포장돼 있다.

사도광산 등재를 두고 한·일 정부의 협상이 한창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회원국 모두의 동의로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관례상 일본에게는 한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등재 판단에 결정적 기준을 제시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관 이코모스는 사도광산에서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는 취지의 권고를 이미 내놓았다.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도광산의 문화재적 가치는 인정했다. 등재 자체를 막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산업유산 사례처럼 강제노동과 관련된 사실을 전하는 모종의 조치를 일본이 약속하고 등재에 이르는 결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게서 어떤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산업유산 사례와 달리 그 약속이 등재 후에도 제대로 지켜지도록 담보하는 방안은 마련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윤석열정부가 역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는 점과 함께 떠오른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이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해결 과정이 그랬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일본 정부의 사죄 표명을 바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급속히 전환되자 정부는 더 밝고, 새로운 미래라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일본의 왜곡을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한·일 양국의 건강한 미래가 과거와 별개일 수는 없다. 군함도의 강제노동을 영광스러운 일본 근대화 역사의 일부인 양 포장한 산업정보유산센터를 보고 나면 짜증과 분노가 치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도광산은 어떤 결론을 맞을까. 등재 여부는 이번 달 말 결정된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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