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주고받기식’ 최저임금 결정에...사장님들 울며 따른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다음해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고용부 장관이 매년 8월 5일 고시하고 있다. 최임위에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고용부 장관이 선임하는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한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 다만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사례는 단 7차례에 불과할 정도여서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결정은 해외 상당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최임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의 결정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국처럼 노사정위가 심의하고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는 영국·스페인을 비롯해 8곳으로 집계됐다. 터키처럼 노사정위가 직접 결정하거나 노사정위에서 초안을 내면 지방 정부가 결정하는 일본 같은 사례를 더하면 14곳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 외 국가들은 정부나 의회가 결정 주체가 되거나 노사가 직접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네덜란드, 프랑스가 정부가 결정하는 대표적 국가이며, 미국·칠레는 의회가 결정한다. 벨기에와 독일은 노사가 중심이 돼 최저임금을 정한다.
다만 한국처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은 1988년 제도 시행 이래 올해까지 최저임금안 표결 과정에서 노사 중 한 쪽이 퇴장·불참한 경우가 20차례가 넘는다. 심의가 노사 협상식으로 임금 수준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노사 모두 최초 요구안부터 비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해온 여파라는 분석이다. 2000년 이후 노사 최초 요구안의 차이가 20%포인트 이내인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결정되는 균형 임금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이라며 “공익위원 대신 정부 관계자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해 다음해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표준안 제시에 사용하는 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참여도를 높이기 어렵다면 최임위의 구성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영국처럼 위원회 구성 인원을 9명으로 줄이고 사업장 현장 방문을 비롯해 판단 근거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노사가 ‘나눠먹기’식으로 각 9명씩이나 참여하면서 오히려 원활한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올해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약 두 달 동안 최저임금 심의 절차에 참여하면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위원도 있다”며 “사회적 대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정 각 3인씩 9명으로 줄이되 참여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공익위원의 편향성 문제를 완화하려면 고용부가 추천권을 국회와 나누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며 “구성원을 노사정 각 5인씩 15병으로 개편하고 위원회 산하 임금연구회를 비롯한 전문위원회 기능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도 결정 방식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제 주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올해까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보면 지금 방식으로는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점만 명확해졌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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