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태사령관은 왜 한국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 언급했을까?… 尹 방문 직후 이례적 韓 언론 인터뷰

지구절반 관할 파파로 인태사령관 “韓 핵잠수함, 작전적 가능성 보이면 도입 추진해볼 수도”
尹대통령 인태사 방문은 엄청난 영광“…취임 후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
”대만 유사시 ‘무인 지옥도 계획’ 실시…한반도 전력 재배치 계획 없다“

사무엘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올해 5월 3일 취임 이후 첫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무엘 파파로(해군 대장)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과 관련해 "작전 분석 결과 핵잠수함 도입에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14일 전했다.

특히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직후인 11일 이례적으로 미군 전략자산들이 집결된 히캄 공군기지 내부를 공개하며 취임 후 한국 취재진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 군의 핵잠 도입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 직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사령부의 지휘관이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주한·주일미군 등을 지휘하며 유사시 한반도에 우선 전개될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을 관할한다.

파파로 사령관은 지난 12일 미국 주도 다국적연합해상훈련인 2024 림팩(RIMPAC) 훈련을 계기로 이뤄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맹국이자 안보협력 파트너국으로서 한미 양국이 전력을 통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무엘 파파로 인태사령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전략자산이 집결된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를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한국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올해 5월 3일 취임 이후 첫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미군의 최고위급 장성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파파로 사령관은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추가적인 의견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파파로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하와이를 경유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도태평양사령부로서는 매우 큰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파파로 사령관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한 질의에는 "미국은 일관되게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동등한 파트너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워싱턴 선언에 따라 고위급 전략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핵협의그룹을 통해 북한의 핵 이슈에 대한 전략적 방안을 찾기 위해 상시로 비밀리에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파로 사령관은 또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할 경우 대규모 무인 전력을 대만해협 전역에 배치하는 ‘무인 지옥도(hellscape) 계획’을 실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때 주한미군 등 한반도 전력을 대만 방어를 위해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파로 사령관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는 "미국은 현재 한반도의 전력(주한미군)을 재배치할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견고하고 모든 전투계획은 모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차원의 계획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투계획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것이며, 이 계획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 러북 회동에 대한 우려, 한반도에서 미사일 기술 및 핵기술의 확산 징후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하와이 마우이 산불 복구 기금으로 200만 달러를 지원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과 한국 측의 기여가 가장 컸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