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옹호’ 트럼프에 날아든 총알… 美 총기 논란 다시 불붙일까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오랜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기 규제 문제는 낙태·동성애 등과 함께 미국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온 사안이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총기 소지와 휴대는 생명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권리이므로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총기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총기 규제에 반대해온 트럼프가 20세 총격범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 당국은 트럼프를 노린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사용한 총기가 ‘AR-15′였다고 밝혔다. 이 총은 특히 기관총처럼 연사 기능을 높여주는 부착 장치인 ‘범프스톡’과 결합하면 살상력이 극대화된다. 그런데도 신분증만 제시하면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총격 용의자로 현장에서 사살된 크룩스도 구매 과정 자체에는 불법성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총기로 인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총기 규제에 대한 보수 진영과 진보진 영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은, 총기 사용 옹호 진영에서 이 문제를 ‘하늘이 부여한,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권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91년 12월 제정된 수정헌법 제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에게는 총기 소지와 휴대는 생명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내 가장 강력한 총기 로비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등은 “개개인의 총기 소유에 대한 제한을 푸는 것이 오히려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이 같은 논리에 트럼프도 적극 동조했다. 수정헌법 2조를 공개적으로 옹호해온 그는 평소 “악의 존재는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 무장해야 할 최고의 이유”라고 말해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임기 첫날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에 대한 조 바이든의 전쟁을 끝내겠다”라며 자유로운 총기 소유 보장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2022년 5월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에서 21명의 사망자를 낸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바로 다음 날에도 NRA 정기 행사에 참석해 “총을 든 나쁜 놈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든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과거 민주당 대통령보다도 엄격한 총기 규제 정책을 도입하며 트럼프·공화당과 확연히 대립각을 세워왔다. 바이든은 지난해 3월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대폭 강화하고, 기존 구매자의 총기 소지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시 압류하는 권한을 주 당국에 부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고강도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 2022년에는 18~21세 사이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더 안전한 지역사회법’도 제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자신이 총격 피해자가 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기존의 자유로운 총기 소지 옹호 입장에서 벗어나 규제 정책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는 과거 집권기에 유연한 총기 정책 집행 가능성을 보였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당시 범프스톡을 이용한 대량 난사로 60여 명 넘게 사망하자 범프스톡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공화당 정부에서 보기 드문 신속한 총기 규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관건은 대법원의 입장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은 총기 문제에 대해서만은 철저히 “총기 규제는 위헌적 조치”라는 입장에 기반해 보수 우위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했던 범프스톡 금지 정책을 보수 대법관 전원 찬성(6대3)으로 폐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 ‘총기 소유를 허가받은 일반인이라도 집 밖에서 권총을 소지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휴대해야 할 경우 적정한 이유를 소명하고 사전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뉴욕주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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