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정치인 공생 … 그들만의 ‘썰’로 팬덤·혐오정치 증폭
“나갔다 하면 인지도 급상승”
전대 전에 유튜브부터 출연
팬덤에 기대 수익 노리는
길거리 유튜버도 우후죽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전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후 가장 먼저 유튜브 채널 ‘새날’을 찾았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 후보가 됐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여 공천 취소를 당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라이브 방송을 마친 뒤 동시접속자 수부터 확인하며 호응도를 점검했다. 그는 “지금 전당대회는 전국 당원대회”라며 “250만 당원들을 만나는 소통 창구는 유튜브다. 지역에서 당원을 만나는 것보다 출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디오에서 나가면 ‘목발 경품’ 논란을 이야기하느라 3~4분이 지나간다”며 “(기성 미디어에 출연하면)메시지 전달력이 없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에선 당원들을 상대로 자신이 전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를 마음껏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인들의 유튜브 채널 출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열성 지지층의 표심을 잡아야하는 당내 선거인만큼 진영 내부의 플랫폼인 유튜브가 제도권 언론 인터뷰보다 우선인 셈이다.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정치인들에게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매체가 바로 유튜브다.
새날은 최근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한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다. 최근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대세론’을 만들며 유명세를 탔다. 정 전 의원은 이런 ‘새날’을 가리켜 “패밀리(가족)”라고 했다.
100만명 구독자를 확보하기까지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출연진’이다. 출범 초기부터 이재명 전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최민희 의원 등이 자주 출연했고 친명계가 당권을 잡자 주목도가 커졌다. 이들은 현재 민주당의 주축이자 국회 주요 보직을 거머쥐고 있다.
보수 유튜버 채널도 진보 진영 못지않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고성국TV와 배승희변호사 채널을 운영하던 고성국 정치평론가와 배승희 변호사는 각각 KBS와 YTN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기용됐다. 유튜브와 제도권 언론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형 유튜버들이 정치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한 가운데 수익성 중심의 군소 유튜버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오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을 따라다니는 유튜브 스트리머가 즐비하다. 4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한 스트리머는 한동훈 후보의 일정을 동행하는 과정에서 기자와 만나 “한 후보를 지지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라며 “다른 후보자들보다 한 후보의 영상을 올릴 때 조회수가 높다”고 말했다. 구독자 6만명이라는 또 다른 스트리머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한 후보를 따라다니고 있다”며 “수익은 주로 시청자 기부를 통해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유튜브 생중계 화면에 자신의 후원 계좌를 올려놓고 방송을 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진영간 대결 구도 속에 진영내 분화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같은 이념성향을 지닌 유튜브 채널 내에서 정파적 분열이 시작됐다는 점인데, 이는 혐오와 적대감을 더욱 자극하는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내포한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기성 정당들의 홍보 전략에도 유튜브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은 총선 백서에서 20만개 유튜브 채널을 대상으로 총선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연합이 초반 조국혁신당에 크게 밀렸던 여론을 뒤집고 선전한 이유로 유튜브 채널 활용을 꼽았다.
더불어민주연합 측은 “우리 당은 후보자 선정과 조직 구성 등의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홍보 활동이 다른 비례정당에 비해 다소 늦었다”며 “3주 동안의 유튜브 운영기간 동안 동영상을 150개 게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고, 후보자들이 최대한 출연하는 노력을 기울여 극적인 인지도 확대와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고 자체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이 먼저 ‘디지털 정당’으로 변신을 선언하면서 향후 유튜브 채널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중앙당은 물론 지역 조직에도 디지털 관리자 격인 ‘CDO(Chief Digital Officer·최고 디지털 책임자)’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들은 당원들과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소통하며 차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한 여론 조성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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