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게 생겨” 한동훈 지지…“보수 갈라져” 한동훈 반대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산다”
‘이재명 견제’ 짚을 땐 ‘한’
“이준석처럼 갈등 빚을라”
정권 성공 초점 땐 ‘나·원’
“집안서 왜 피 토하고 싸워”
후보 간 문자 갈등 비판도
“민심만큼 당심이 한동훈으로 확 쏠리진 않은 것 같다. 한동훈이 (더불어)민주당이랑 잘 싸울 텐데, 정부랑 자꾸 티격태격하니까 (당정이) 잘 화합할 수 있겠나 염려가 된다.”
대구 북구에 사는 30년차 국민의힘 당원 김모씨(62)의 말에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TK) 지역 당원들이 7·23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고민이 잘 응축돼 있었다. 지난 12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당원들은 어렵게 되찾은 윤석열 정권이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할 당대표감을 찾고 있었다. 보수의 재집권과 ‘이재명 견제’를 중요하게 본 당원들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한동훈 후보에 더 모였다. 반면 보수 결집과 윤석열 정부 성공에 더 초점을 둔 당원들의 지지는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를 향했다.
당원 김모씨(50)는 “대구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며 “같이 망하게 생겼으니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으로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살 수 있다”며 “지난 총선 때 (이종섭 장관 사건 등을 보고) 권력이 (한동훈에게) 넘어갈 것 같으니 일부러 저러나, (대통령에게) 너무 실망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한 후보 지지자가 다수인 인파를 가리키며 “당심도 민심과 같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온 60대 김모씨는 “보수가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데 이 배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한 덩어리”라며 “이 배를 구해놓고 보자. 지방선거, 대선까지 질 수 없다”고 한 후보 지지세가 큰 이유를 설명했다.
TK 지역 정치인의 요청에 따라 원 후보 팻말을 들고 있지만 한 후보 당선을 예상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60대 배모씨는 “너무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심하게 하니까 한동훈을 때릴수록 한동훈 지지율이 더 오른다”고 했다. 옆에 있던 60대 박모씨는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다 지나간 걸 왜 꺼내나”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 후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대구시의원은 “지난번에 당대표 이준석을 뽑았는데 잘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건건이 대통령(대선주자)과 부딪쳤다”며 “윗분들은 쉽게 말로 싸움을 주고받지만 우리 당원들은 심장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원 후보가 국토부 장관 할 때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고 안에서 치고받으면서 정리를 했기 때문에 한 번 당을 맡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에서 온 김모씨(59)는 “한동훈이 되면 보수가 갈라진다”며 “총선에서 다 배지 달려고 할 때 이재명을 잡으러 험지에 갔다”며 원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한동훈은 (문자 무시 논란에서 보듯) 너무 각박하다”고 말했다.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당원이었다는 A씨(68)는 “나경원이야말로 정부에 협조할 때 하고, 견제할 건 견제할 줄 안다”고 나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여당이 이재명의 야당과 상대하려면 당대표가 본회의장에 원내대표와 함께 서서 지휘를 해야 한다”며 “원외 당대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원희룡을 민다는 건 자가발전”이라며 “나경원도 용산에 다녀왔다”고 강조했다. 또 “당심은 민심과 다르다. 3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당원투표는 나경원이 이준석에 앞섰다”고 말했다.
김 여사 문자 등을 둘러싼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박씨는 “사람들이 다 집안에서 왜 그렇게 피를 토하며 싸우냐고 뭐라고 한다”고 말했다.원 후보를 지지하는 김씨도 “숨겨야 될 일을 너무 이렇게 떠드는 것은 서로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조미덥·대구 | 민서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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