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한 이미지’ 부각시켜 지지층 결집…대선 향방 ‘촉각’
‘주먹 사진’ 온라인서 공유
‘고령 리스크’ 바이든과 비교
공화당 일각선 “바이든 탓”
정치갈등으로 격화 조짐도
15일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트럼프 ‘화려한 대관식’ 예고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 정치권은 “정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번 암살 시도가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벌어진 총격 사태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앞선 사법 리스크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이번 총격 사태가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불리는 트럼프 강성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피격 후 귀에서 피를 흘리는 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환호하고 있다. 인지력 저하 논란 등 ‘고령 리스크’에 휩싸이며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강인한 리더’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선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 결집에 나섰다.
공화당 일각에선 총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도 전에 이번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 탓이라고 주장하며 정치 갈등을 격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내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꼽히는 J 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든 캠프의 핵심 전제는 트럼프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할 전제적인 파시스트라는 것”이라며 “그런 수사가 트럼프 암살 시도를 직접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조지아)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의 공화당 소속 검사는 즉시 바이든을 ‘암살 선동’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덧씌운 ‘파시스트’ 이미지가 총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으나, 총격범이 정작 공화당원으로 드러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총격범이 민주당 관련 단체에 소액을 기부한 사실이 있고, 총격범의 범행 동기와 배후가 규명되지는 않아 사건의 파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번 피격 사건에도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15일 개막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전대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간 바이든 정부의 ‘박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게 이번 전대는 그 모든 탄압과 날아오는 총알에서조차 살아남은 트럼프의 화려한 ‘대관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쥐어 보이며 지지자들에게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치는 등 ‘저항의 모습’을 연출한 것 역시 강성 지지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그는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이런 쇼맨십이 그의 ‘본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사법 리스크로 기소되고 지난 5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때도 성난 지지자들이 결집하며 후원금이 쏟아진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는 전대에서 ‘순교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매우 격렬한 선거였으며, 이젠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TV 토론 부진 이후 인지력 저하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이 대선 가도의 또 다른 ‘악재’가 될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이르다. 경쟁 후보의 피격이란 초대형 이슈로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은 주춤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의 ‘증오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더힐 기고문에서 “이 ‘분노의 시대’에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분노와 공포를 이용해왔다”며 “이번 사건이 그 대가”라고 지적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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