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보여? 그럼 뛰어야지!…한화는 방심했고, 박해민은 놓치지 않았다[스경x승부처]
때론 상대 허를 찌르는 주루가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14일 대전 LG-한화전 박해민(30·LG)의 플레이가 그랬다.
LG는 이날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에게 6회까지 1점밖에 못 뽑았다. 6이닝 동안 80구를 던진 와이스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7이닝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분위기였다.
7회초 분위기가 급변했다. 8번 타자 중견수 박해민이 와이스의 초구 빠른 공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쳤다. LG는 동점 주자 박해민을 2루로 보내기 위해 희생 번트 작전에 돌입했다.
후속 타자 신민재가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공이 빠지자 방망이를 다시 세웠다. 심판이 볼을 선언했고, 포수 최재훈은 받은 공을 다시 와이스에게 던졌다. 번트 수비를 위해 전진해 있던 내야수들도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2루 베이스 커버를 맡은 유격수 이도윤은 아예 뒤로 돌아서 본래 자리를 찾아갔다. 리그 ‘최고의 주자’ 중 한 명인 박해민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2루 베이스를 향해 질주했다.
뒤늦게 박해민의 도루를 눈치챈 와이스가 2루로 공을 던지려고 했으나 이도윤의 베이스 커버 속도보다 박해민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한화는 방심했고, 박해민은 놓치지 않았다.
박해민의 도루는 동점의 발판이 됐다. 신민재의 삼진으로 계속된 1사 2루에서 홍창기의 우전 안타가 나왔고, 박해민은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았다. 급격히 흔들린 와이스는 후속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 김현수에게 추가 적시타를 허용했다.
구원 투수 이민우가 진화에 나섰지만 LG는 문보경의 희생 플라이, 오지환의 적시타로 7회에만 4점을 보탰다.
분위기를 잡은 LG는 5-2로 앞선 8회초 한화를 더 몰아붙였다. 이번에도 박해민이 시작점이었다. 2사에서 한승혁을 상대한 박해민은 2B-2S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랐다. 한승혁은 이어 신민재와 홍창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삐걱댔다.
2사 만루에서 문성주가 투수 오른쪽 땅볼을 쳐 한화 내야 수비의 시선을 끈 사이 3루 주자 박해민과 2루 주자 신민재가 연이어 홈을 밟았다. 타자 주자 문성주까지 1루에서 세이프됐다. 직후엔 김현수의 적시타까지 터져 6점 차 리드를 잡았다.
경기 후반 넉넉하게 앞선 LG는 8회말 채은성의 투런포로 추격당했지만 변수 없이 8-4 승리를 거뒀다. LG는 4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박해민은 경기 뒤 7회초 도루 상황에 대해 “유격수가 주자를 안 보고 베이스에서 멀어졌고, 투수도 저를 안 보고 있길래 과감하게 시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전했다.
한편 LG 선발 케이시 켈리는 6이닝 8안타 2사사구 6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시즌 5승(8패)째를 챙겼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 총 100구를 던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뒤 “켈리가 선발로서 좋은 투구를 해줬다”며 “중요한 경기였는데, 찬스에서 득점을 올린 선수들의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총평했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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