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 총탄…4개월 앞 미 대선 ‘출렁’
펜실베이니아 유세서 총기 피습
용의자 사살…청중 1명도 사망
사건 직후 주먹 쥐고 “싸워라”
정치권 ‘극한대립’ 고조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총격 테러를 당하면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미수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신변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11월 미 대선을 둘러싸고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 도중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긴급 대피했다. 연설중 총성이 울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대 뒤로 급히 몸을 숙였다. 곧바로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그를 에워싼 뒤 차량으로 호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총탄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면서 “피가 많이 흘러 그때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그의 상태가 괜찮고 지역 의료 시설에서 검사,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총격으로 유세 현장에 있던 1명이 숨지고, 병원으로 옮겨진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총격 용의자는 비밀경호국 요원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20세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에 연루된 용의자라고 밝혔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총격 발생 직후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이것은 역겹다”며 정치폭력을 강력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전을 기원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도 일제히 “정치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그의 암살을 노린 총격이 일어나면서 향후 대선 흐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그동안 자신에 대한 각종 형사 사건 기소·재판을 ‘선거 방해 공작’이라고 주장해 온 그는 ‘정치테러’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이 미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공화당 정치인과 당원들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호송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굴과 귀에 피가 묻은 채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싸워라”라고 외치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며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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