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조국혁신당은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오는 20일 치러진다. 4·10 총선 돌풍에 비하면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조국 대표가 다시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결과가 뻔한 탓도 있지만, 혁신당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혁신당의 존재감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 직후 14%까지 올랐던 혁신당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7월 2주 조사에서는 8%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에서 12석 비교섭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예상 가능하다. 혁신당은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거대한 소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총선용 프로젝트 정당으로 막을 내릴까. 혁신당에 아쉬운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혁신당은 조국의 복수를 위한 정당인가. “백척간두에서 홀로 몸을 던졌는데 하나둘 함께 뛰어내렸고 국민들이 받아줬다.” 혁신당은 조국 1인 정당으로 출발했다. 당명부터 그렇다. 조 대표는 제1야당이 휘청거리는 총선판에 구세주처럼 등장해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되살렸고, ‘3년은 너무 길다’며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원내 입성 후 당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검찰개혁은 당의 최우선 과제다. 자신과 가족을 수사한 검찰 조직 및 그 조직의 수장들이 표적이다. ‘당신은 얼마나 공정한가, 나와 내 가족을 수사했던 딱 그만큼 당신과 당신 가족도 수사해보자’ ‘정권의 입맛에 맞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속마음이 보인다. 조 대표는 “사적 복수가 아니라 불의한 강자에 대한 공적 복수”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든 언제까지 반윤석열·한동훈·검찰만 외치고 있을 것인가. 존재 이유의 확장이 필요하다.
혁신당은 조 대표 사법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지난 2일 자녀 입시비리 등에 대해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데 비하면 조 대표 사법리스크는 더욱 선명하다. 총선에서 690만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대법원 판결을 피해갈 수는 없다. 최종 판결이 안 나왔다고 조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있을까. 시점을 알 수 없지만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의원직은 승계되고 의석수는 변함이 없겠지만 조국 없는 혁신당이 이전과 같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조 대표는 자신이 구속되면 “제2, 제3, 제100, 제1000의 조국이 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축이 사라진 팽이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조국 없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젊고 신선한 인물을 더 앞장세우고 대중적 스타로 키워야 한다.
혁신당은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을까. 혁신당은 지난 총선 광주, 전남, 전북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당을 눌렀다. 혁신당은 각각 47.72%, 43.97%, 45.53%를 받았고 민주당은 36.26%, 39.88%, 37.63%를 얻는 데 그쳤다. 혁신당은 광주에선 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부산과 세종에서도 혁신당은 민주당을 눌렀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재명의 민주당도 마음에 들지 않는 다수가 혁신당을 선택한 것이다. 혁신당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22대 국회 개원 이후 혁신당이 보인 모습은 특검에만 열을 올리는 민주당과 다를 바가 없다.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를 받는 순간 혁신당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얻으며 등장해 무상급식, 아동수당, 노령연금 등 정책 대안으로 정치권을 견인한 ‘거대한 소수’ 민주노동당 같은 준비된 모습은 안 보인다.
콘텐츠 없는 정당, 민생에 취약한 정당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혁신당은 ‘사회권 선진국’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연말까지 구체적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사회권 강화는 아직 추상적 개념뿐이다. 혁신당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당의 에너지를 정책 역량 개발에 쏟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거대 양당에 표를 줄 수 없는 40~50대 진보적 시민의 자기위안용 프로젝트 정당으로 그칠 수도 있다. 정치투쟁을 전공으로 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준비된 정당이 되어야 대중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복수와 권력투쟁에만 집중하는 정당은 대중정당으로 매력이 없다. 강성 지지층은 속이 시원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의 개선을 바라는 서민이나 여야 모두 별로인 중도층 입장에서 그런 정당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박영환 정치부장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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