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환대’할 준비가 안 된 나라
지난달, 화성의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스물세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는 화재 참사가 있었다. 이들 중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외국인이었다. 불법파견의 고용구조를 비롯해, 한국어로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하거나 교육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의 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대체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다 보니 산재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방치된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외국인이란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주거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리셀 화재 참사 피해자 가족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년간 세입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에서도 외국인들은 조금이나마 마련된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 혹한기나 혹서기에는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비상식적 숙박 공간인 비닐하우스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공주택 정책 대상에서 외국인은 대부분 배제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태를 막을 수가 없다.
법률적으로 외국인의 입주가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2021년 서울행정법원은 외국인을 배제하는 국토교통부의 내부 지침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인권위원회는 이주민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주거정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장에게 일정 비율로 주어지는 자율적 권한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안 된다는 결론만 나온다.
공공주택은 지금도 대기자가 많아 입주가 어렵다. 반대의 주된 중론은 자국민조차 포괄하지 못하는 자원을 외국인에게까지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주택에 대한 님비 현상에 외국인 기피 여론까지 맞물리며 지역 차원에서 정치적인 배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가 과연 우리 공동체에 좋은 선택일지는 재고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기본권 보호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가운데, 생존이 위협받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정책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이해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적과 국경을 초월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환대’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이다.
‘불가’에서 ‘가능’으로의 전환이면 충분하다. 전체 공공주택에서 어느 정도 비율이 적절할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찾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간단한 환대의 시작조차 정치는 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과 지방정부에선 외국인 돌봄노동자를 최저임금 이하로 고용하는 정책을 혁신인 양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여하기보다 값싸게 대체할 궁리만 하고, 한국을 새롭게 선택한 사람에겐 차별로 대접하고 있다. 기존의 존재 이외에는 누구도 환대하지 않는 사회의 미래가 희망차 보이진 않는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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