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한백희
뉴진스에게 민희진이 있다면 김완선에게는 한백희(본명 한영란·1949~2006·사진)가 있었다. 김완선의 이모이자 제작자였던 한백희는 국내 1세대 여성 매니저로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김완선에게 수익금을 분배해주지 않는 등 흠결도 많지만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탁월했다.
원래 한백희는 미8군에서 활동하던 가수였다. 1970년대 초반 ‘그대 떠나고’ ‘생각이 나면’ 등이 수록된 데뷔앨범을 냈지만 가수로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백희의 할아버지 한성준은 ‘한국무용의 대부’와 같은 인물이다. 그 할아버지를 사사한 손녀 한영숙도 무형문화재인 승무, 학춤 전수자로 유명했다. 한백희는 한성준의 손녀, 김완선은 외증손녀인 셈이다.
가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한백희는 제작자로 변신한다. 백댄서로 활동하던 무명의 인순이를 발탁, 이영숙·김재희와 묶어 3인조 걸그룹 희자매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데뷔곡 ‘실버들’이 히트하면서 밤무대를 휩쓸었다. 춤과 노래뿐 아니라 ‘혼혈’인 인순이의 화제성까지 더해져 인기를 끌었다. 해체 이후에도 한백희는 탁월한 매니지먼트로 인순이를 솔로가수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여고생인 김완선을 스타로 만드는 과정에서 한백희가 보인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탁월했다. 피나는 연습의 결과로 춤과 노래가 함께 되는 가수를 만들어냈다. 김완선의 앨범에는 신중현, ‘산울림’의 김창훈, 이장희, 기타리스트 손무현 등 톱클래스 프로듀서를 영입, 곡 작업에 참여시켰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대만으로 건너간 것도 한백희의 결단이었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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