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피격, 정치 양극화가 빚은 민주주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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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 테러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때문에 후보 교체론이 잦아들지 않고, 공화당은 공화당 대로 오는 18일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이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몰두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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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예측 불가능성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13일 오후 6시 5분께(이하 현지시간)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무대에서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연설을 시작한 지 5분여 만에 총성이 울렸고, 트럼프 후보는 오른쪽 귀 윗부분에 관통상을 입었다. 미국에서 대선 후보를 향한 테러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53년 만이다. 트럼프 후보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유세 참석자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2명 나왔다. 총격범은 트럼프 경호팀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역겨운 정치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미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대선 후보 암살미수”로 규정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 테러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현대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비극의 씨앗은 몇해 전부터 배태되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하자 이에 승복하지 않은 그의 지지자들이 시위대로 돌변해 의회의사당을 점거했던 사태 말이다. 과거 미국 사회에선 볼 수 없었던 극단적인 정치 대립, 선거 과열의 결과다. 이번 테러의 진상이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선거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정치 테러를 결코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4·10 총선을 앞둔 올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로 피습당했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돌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반대편의 공격을 받은 정치 테러 희생자다. 정치가 팬덤에 의해 움직이면서 죽고 살기식 싸움을 일삼은 결과가 이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불거지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꾼들이 SNS 등으로 연대하고 발언하는데 그치지 않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진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정치 테러는 그 자체가 범죄임은 물론이고,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타도해야 할 민주주의의 적이다.
미국 대선전이 앞날을 예상하기 힘든 격랑에 휩싸였다.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때문에 후보 교체론이 잦아들지 않고, 공화당은 공화당 대로 오는 18일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이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몰두할 게 분명하다. 미국 대선은 한국의 외교 안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높아진 예측 불가능성에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정치 테러의 원인을 직시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현실 정치의 타락이 급기야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했다는데 정치인들의 자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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