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VIP 2’와 분당대회

이노성 기자 2024. 7. 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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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퍼스트레이디가 관심을 갖는 사업을 '펫 프로젝트'(pet project)라 한다.

펫 프로젝트가 전 씨 일가의 부정축재 통로로 변질된 것이다.

정부가 펫 프로젝트를 돕거나 경호·의전을 제공하는 이유는 대통령을 보좌해 공적 활동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 이모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평소 김 여사를 'VIP 2'로 불렀다는 진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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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퍼스트레이디가 관심을 갖는 사업을 ‘펫 프로젝트’(pet project)라 한다. 마약 방지 캠페인(낸시 레이건)이나 의료개혁(힐러리 클린턴)이 대표적이다.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는 ‘양지회’(고관대작 부인들의 모임)와 ‘육영재단’을 설립해 이웃돕기를 했다. 박 대통령이 1972년 청와대에 제2부속실을 설치한 이유도 육 여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육 여사를 모방해 ‘새세대 육영회’와 ‘새세대 심장재단’을 만들었다. 눈치 빠른 기업들은 협찬금 수백 억을 출연했다. 펫 프로젝트가 전 씨 일가의 부정축재 통로로 변질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성과는 미흡했다. 2009~2012년 한식 세계화 예산 931억 원 중 대부분이 일회성 홍보비로 사라졌다.


영부인은 공인이지만 공직자는 아니다. 선출된 1인자 옆에서 ‘제1 참모’ 역할을 하는 특수 신분이다. 정부가 펫 프로젝트를 돕거나 경호·의전을 제공하는 이유는 대통령을 보좌해 공적 활동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학력 위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휘말리자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김 여사가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제2부속실이 필요없다는 취지였다.

김 여사는 과연 아내 역할만 하고 있나. 명품백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당사자가 김 여사다. 난데없는 문자 논란으로 집권당 전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불씨도 제공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함)한 사실이 공개되자 친윤석열계는 기다렸다는 듯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했다. “총선 고의 패배” 같은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당을 쪼개는 ‘분당대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은 궁금하다. 김 여사는 왜 사적 채널을 통해 한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를 사과했나. 지난 1월 김 여사의 문자가 이제서야 공개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 여사가 문자에서 적은 ‘댓글팀’은 실제 존재했나.

최근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 이모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평소 김 여사를 ‘VIP 2’로 불렀다는 진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 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쯤 되면 ‘김 여사가 국정은 물론 당무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김 여사의 펫 프로젝트는 ‘권력’ 자체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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