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김종은 좋은강안병원 건강증진센터장 2024. 7. 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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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은 좋은강안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지난 60년 동안 플라스틱은 생활의 편리함을 증대시키는 일회용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사용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환경오염 물질로 생태계와 인간에게 잠재적으로 심각한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플라스틱 화합물에서 분해되는 마이크로 및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고분자가 환경에 축적되고 있으며, 제한된 생분해 속도로 인해 인간 건강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 MP)은 지름이 5mm 미만의 입자를 가리키며, 나노 플라스틱(Nanoplastic, NP)은 0.001mm 미만의 매우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한다.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노출된다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 공기 토양은 물론 산 하천 강 바다 심지어 빙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구 환경 매체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플라스틱은 자동차 타이어 의류 페인트 코팅의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며 화장품이나 연마제 세척제와 같은 일상생활 제품에 첨가될 수도 있다. 또 실내 및 실외 공기 수돗물 생수 맥주 우유와 같은 음료, 꿀 설탕 소금 과일 채소와 같은 식품, 그리고 수산물인 동물성 플랑크톤 어류 갑각류 조개류에서도 발견된다. 이처럼 일상적인 인간 활동과 먹이사슬을 통해 ‘스텔스’처럼 소리 없이 무한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지구 생태계에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주요한 노출 경로는 공기를 통한 흡입, 오염된 음식과 물을 통한 섭취, 그리고 화장품이나 옷과 피부의 접촉이다. 이러한 경로로 플라스틱 입자는 인체 내 림프 및 순환계를 통해 간 신장 뇌를 포함한 여러 조직에 축적되어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부족하지만, 실험실 연구에서는 생체 내 동물 모델 및 시험관 내 인간 유래 세포 배양을 통해 플라스틱이 산화 스트레스 유도 및 증가, 사이토카인 분비, 세포 독성, 세포 자멸, 괴사, 면역 항상성 불균형, DNA 손상, 유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학 연구 결과 폐 결절, 천식 및 혈전을 유발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최근 인체 내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최초의 연구 결과 경동맥내막절제술을 시행한 경동맥 죽상경화증 환자 중 58.4%에서 미세 및 나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군은 검출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이 4.53배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플라스틱이 ‘침묵의 살인자’로 인체 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트로이 목마’처럼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살충제 염소화 비페닐 및 카드뮴 아연 니켈 납과 같은 수많은 환경오염 물질 및 병원성 미생물과 결합해 플라스틱이 운반체 역할을 하면 발암성 및 돌연변이 가능성이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정책이 없다면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9년 4억 6000만t에서 2060년에는 12억 310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환경으로 누출되는 것은 연간 4400만t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호수 강 해양의 플라스틱 축적은 2019년 3억 5300t에서 2060년 10억 1400만t으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환경 축적 및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사회 국가, 그리고 국제협력이 중요하다. 먼저 개인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며, 플라스틱 포장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고, 합성 대체물보다 천연 재료를 선호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사회 및 국가는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미세 플라스틱 저감과 관리를 위한 기술 연구를 지원하며, 산업 육성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생산과 수요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효율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지침을 개발하고,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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