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좋은 선배 만나는 것과 좋은 선배 되는 것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당연한 소리겠지만 녹록지 않은 분야에서 일을 한다면 주변에 누가 있는지는 큰 문제일 것이다. 많은 동료 파트너 협력자 멘토 등 다양한 관계가 밀접하게, 또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 속에서 특히 ‘선배’라는 특별한 관계는 더욱더 큰 영향을 주고받거나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선배는 비슷한 길을 앞서 경험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뒤에 걸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등을 보여주고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같은 지역에서, 분야에서, 학교에서 때로는 인생을 앞서 경험하며 뒤이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든 이들이 선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일을 하다 지역에서 문화 예술 일을 하기 위해 회귀했을 때 전공자가 아니었고 계속 활동을 해오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소한 선택 하나 할 때도 물어볼 수 있는 이가 없었다. 선배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경험을 통해 터득해야 했다. 어려운 상황에 주저앉아 불평만 하기에는 새롭게 시작한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고 문화 예술에 대한 열정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상태였기에 하나하나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습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역 내에 선배는 없었지만 지역 밖의 멘토들을 찾아다니고 선배나 동료가 필요한 청년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하며 열심히 해서인지 운이 좋게도 단시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활동 반경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나서야 고민을 상담하고 의논을 할 수 있는 선배들이 생겼고 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지역도, 소속도, 활동의 방향과 반경도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길을 함께 고민해 주는 감사한 분들이다. 수강생이나 참여자로서 배우는 입장에서 이제는 한 분야에서 활동을 한지 10여 년이 돼 현장 곳곳에서 선배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 현재까지도 선배들은 멘토이자 형이 되어주곤 한다. 현장에서 동료로 만나는 선배들은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나의 부족함을 느끼게 해주는 감사한 존재들이다. 무엇을 더 생각하고 무엇을 더 행동해야 하며 채워야 하는지 몸소 느끼게 해주며 때로는 따스한 시선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현재에도 옆에 있어 주고 격려해 주며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피곤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 선배들, 사람들이 있어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선배라는 단어가 주는 힘과 무게를 알고 있음에도 개인이 가지고 있던 결핍을 넘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열심히 고민하고 길을 찾는 후배들이 생기면서 선배라는 역할을 자처하고는 한다. 대단한 성과가 있고 잘해서라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먼저 경험했기에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더라도 선배라는 존재로 옆을 지켜보고자 노력한다. 나도 성장 중이기에 무언가를 가르치고 제시하기보다 경험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덜 돌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좋은 선배, 좋은 동료, 아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이 크다. 물론 나 하나 버티고 살아남기에도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힘든 시간일수록, 열악한 환경일수록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함께하기 위한 방향을 고민 중이다. 그러면서 선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더더욱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만이 아니라 고단하기만 한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함께 가며 때로는 등을 쫓아갈 수 있는 나침반 같은 멘토로, 소주 한잔을 함께할 수 있는 여행 메이트로 함께 하고 싶은 훌륭한 선배들은 되레 선배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그 단어가 가지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부담스러워서일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선배라는 단어에 맞는 역할을 해내는 어른이, 형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 또한 그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며 나의 길 위에서 마주한, 이 세상에서 그 무게감을 지키고 있는 모든 선배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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