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8> 세상살이 욕심 내지 말고 살라고 읊은 해원 선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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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부족한 것 받아들이면(摠收諸不足·총수제부족)/ 부족함이 도리어 족함이 된다네.
욕심 버리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만족하고 살면 거기서 새로운 행복이 펼쳐진다.
태어난 고향집에서 평생 농사짓고 사시는 지산 선생님은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내가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어도 만족하고 사니 누구에게라도 떳떳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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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知不足足·부지부족족
여러 가지 부족한 것 받아들이면(摠收諸不足·총수제부족)/ 부족함이 도리어 족함이 된다네.(不足還爲足·부족환위족)/ 만족만 추구하는 세상 사람들은(求足世間人·구족세간인)/ 부족함을 만족할 줄 알지 못한다네.(不知不足足·부지부족족)
위 시는 함월 해원(函月 海源·1691~1770) 선사의 ‘만족할 줄 알아라’(知足·지족)로, 그의 문집인 ‘천경집(天鏡集)’에 들어있다.
세상일에 만족하는 게 쉽지 않다. 늘 부족하고 또 부족해 채우려고만 한다. 그러면 욕심이 끝없고, 줄지도 않는다. 욕심 버리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만족하고 살면 거기서 새로운 행복이 펼쳐진다. 해원 선사가 말하려는 핵심은 평생 부나방처럼 욕망을 좇아 살다가 종말에 가서야 헛된 욕망의 실체를 깨닫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은 것이 인간 속성일지 모른다. 해원 선사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을 경계하라고 지적하는 것 같다.
위 시를 들여다보면 ‘足(족)’자를 여섯 번이나 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선사가 말하는 ‘足’은 옛 선비들이 말한 ‘경계(警戒)’와 맥이 통하는 단어일 수 있다.
엊그제 하동 서재마을 남곡(南谷) 여기성(76) 선생님과 하동 금남면 덕천리 지산(智山) 문홍수(84) 어르신을 모시고 점심 식사를 했다. 지산 선생님은 근래 위암 수술을 받으셔서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했다. 하동향교에 30년 가까이 출입하시며 초하루와 보름에 하는 분향(焚香)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그마한 오토바이를 타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신 분이다.
태어난 고향집에서 평생 농사짓고 사시는 지산 선생님은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내가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어도 만족하고 사니 누구에게라도 떳떳해”라고 하셨다. “욕심 많이 내는 사람은 말로가 좋지 않아”라고 덧붙이셨다. 수입이 없는 지산 선생께서 미리 식당에 오시어 밥값을 내셨다.
필자의 큰아들이 직장을 옮기는 중이다. 어제 그 문제로 이야기하다 필자가 “욕심내지 말고 살거라. 욕심내는 만큼 몸이 상한다”고 말했다. 필자의 선친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필부들은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큰 욕심 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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