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진심인 한국인들…"42만원 싸다" 日 백화점도 오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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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低)로 일본 현지에서의 씀씀이와 관련 투자가 올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3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원화 대비로도 18년 가까이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서 하나카드를 사용한 고객은 지난해 상반기 22만5507명에서 올해 상반기 42만7295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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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수요·결제액 '쑥'
엔화 예금 올 들어 1조4000억 가까이 불어나
# 이달 초 여름 휴가로 일본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현지 백화점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버킷백을 구입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800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이었지만 엔저(엔화 약세)로 한국 판매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진신고해 낸 관세를 포함해도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42만원 더 싸게 샀다"며 "백화점 (매장 개점 전부터 줄을 선) 오픈런을 할 만 했다"고 말했다.
# 올해 2분기부터 엔화 예금을 붓고 있는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다시 ‘물타기’(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에 나섰다. 그는 "4월에서 5월에 걸쳐 든 엔화 예금의 누적 수익률은 -4%에 가깝지만 장기 관점에서 일본 경기 개선에 기대를 걸고 (예금에 돈을 넣고) 있다"며 "하반기 중 일본 주식 투자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엔저(低)로 일본 현지에서의 씀씀이와 관련 투자가 올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3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원화 대비로도 18년 가까이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14일 하나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당 카드사 상품 이용자가 일본에서 쓴 카드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하나카드의 체크·신용카드의 일본 현지 오프라인 이용금액은 4314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 이용금액(2065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데다 일본에서 카드로 결제한 하나카드 고객 수도 늘어난 결과다.
일본에서 하나카드를 사용한 고객은 지난해 상반기 22만5507명에서 올해 상반기 42만7295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와 외항사의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을 분석한 결과, 일본을 오간 승객(출발·도착 합산)이 1217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846만명)보 43.8% 급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2019년 상반기(1122만명)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현지에서 고객 씀씀이도 두드러지게 늘어난 흐름을 보였다. 일본에서 1인당 이용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91만5745원에서 올해 상반기 100만9077원으로 10%가량 불어났다. 현지에서 지갑을 가장 많이 연 업종으로는 백화점(14.3%)이 꼽혔다. 이와 함께 이용금액 비중이 큰 업종은 식당(4.8%), 할인점(4.7%), 잡화점(4.4%) 등이 꼽혔다.
대표적인 ‘엔테크’(엔화+재테크) 상품으로 꼽히는 엔화 예금 등으로 '금융 쇼핑'에 나서는 사람들도 늘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서만 약 1조4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말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929억엔으로 지난해 말(1조1330억엔)보다 1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말 5978억엔까지 쪼그라들었다가 5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말 1조엔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역대급 엔저가 이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엔 재정환율(하나은행 기준)은 지난달 28일 100엔당 855원60전으로 2008년 1월 10일(855원47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엔화 약세 흐름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꼽힌다.
다만 단기 관점에서는 엔화 약세 흐름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서는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달러·엔 환율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의 추가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기는 하나, 정책이 급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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