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 공들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권재현 기자 2024. 7. 14. 2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승·라이프 스타일 체험 등 접촉면 늘리고
소비자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루카 델피노 마세라티 최고사업책임자와 다비데 그라소 마세라티 최고경영자(CEO),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책임자(왼쪽부터)가 지난 7월 3일 열린 마세라티코리아 출범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세라티코리아 제공
마세라티, 한국 법인 본격 출범
BMW, 7년째 ‘럭셔리 체험’ 행사
폭스바겐은 ‘사회공헌 재단’ 출연
혼다, 모빌리티 카페 열고 강연도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이 27만대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2년 28만3435대로 정점을 찍은 뒤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수입차 점유율은 5월 현재 19.52%를 기록 중이다. 신차 구매 인구 5명당 1명꼴로 수입차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길에서는 1대당 수억원씩 하는 슈퍼카 브랜드를 단 차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3대 럭셔리카 브랜드로 불리는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의 판매량은 지난해 3681대로 전년의 2970대보다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의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시장의 잠재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자연 흡기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2인승 모델 ‘페라리 12칠린드리’를 지난 5월30일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이탈리아 자동차 명가인 마세라티도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마세라티코리아는 지난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범식을 열고 “‘이탈리안 럭셔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한국 법인 출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2도어 쿠페 ‘뉴 그란투리스모’와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4인승 컨버터블 ‘뉴 그란카브리오’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매달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한국에 고객 체험 공간인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PEC)’를 설립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풍만 부는 건 아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개인은 지갑을 닫고 있고, 법인도 ‘군살 빼기’에 여념이 없어서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일부 영향을 끼쳤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취득가액이 8000만원 이상인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강제하자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차로 샀던 사람들이 구매를 줄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차 IR에 따르면 올해 1~4월 제네시스 국내 판매 대수는 4만5554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4만2973대와 비교하면 6.0% 늘어난 수치다. 반면 경쟁 차종인 수입 고급차 브랜드 판매 실적은 뒷걸음쳤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BMW 국내 판매량은 2만27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 역시 1만7403대로, 17.6% 줄었다. 수입차 양대 산맥인 두 브랜드 판매량을 합산해도 제네시스에 비해 5433대나 적다.

지난 6월20일 열린 인천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건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자축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는 2018년부터 ‘BMW 엑설런스 라운지’ 행사를 열고 있다. BMW 프리미엄 클래스 고객에게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행사로, 올해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촉각’을 주제로 열렸다. 공예 디자이너 이석우의 ‘아트 클래스’, 티 소믈리에 김영아의 ‘티 클래스’,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의 ‘뷰티 클래스’, 프로골퍼 유소연의 ‘골프 클래스’, 주얼리스트 박다희의 ‘주얼리 클래스’, 가죽공방 B:브런치스튜디오의 ‘레더 클래스’ 등 각 분야 전문가 초빙 클래스를 마련했다.

한국은 BMW그룹 내에서 5위에 해당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BMW가 수입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엔 올해 건립 10주년을 맞은 ‘BMW 드라이빙 센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7월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시아 최초이자 독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졌다. 지난 5월31일 기준 누적 방문객이 150만명을 넘었다. 이 중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만 약 24만명, 누적 주행 거리는 737만1933㎞에 달한다. 2022년에 차린 ‘BMW 차징 스테이션’은 총 80대의 전기차가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충전시설이다.

주양예 BMW코리아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BMW는 한국 시장을 이해하고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고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조이 넥스트(Joy Next)’ 전략을 바탕으로 한 미래 구상을 발표했다. 브랜드별로 나뉘어 있던 공간의 벽을 허물고 차량도 자유롭게 배치해 방문객들이 각자 선호도에 따라 전시 공간을 즐길 수 있게 설계할 계획이다. 8월부터 정비에 들어가 11월쯤 운영을 재개한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도 콤팩트 전기 SUV EQA와 EQB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독일 본사에서 주행·충돌 테스트 시연 차량을 직접 공수해와 국내 언론에 공개하며 내연기관 차량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전시장 분위기도 변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벤츠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는 기존 청담 전시장을 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와 S클래스에 특화된 쇼룸으로 리뉴얼해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이은 마이바흐의 2대 시장이다. 또 전 세계에서 S클래스가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한국 시장 진출 20주년을 맞아 지난 4월23일 비영리 사회공헌재단 ‘폭스바겐그룹 우리재단’을 출범시켰다.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사장은 “사회공동체의 일원인 ‘우리’로서 사회에 보다 의미 있게 기여하고, 긍정적인 성장을 촉진하며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4일 혼다 모빌리티 카페 ‘더 고(the go)’에서 혼다 고객을 대상으로 경제 전문가 변정규 미즈호은행 전무의 ‘슬기롭고 쓸모 있는 일상 금융 지식’ 강연을 열었다. 지난 4월 문을 연 더 고 역시 카페 및 시승센터 외에도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한다.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