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아닌 분당대회”… 비전은 없이 비난전만 몰두

김병관 2024. 7. 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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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쇄신·민심 회복 방안은 뒷전
무차별 의혹 제기에 막말로 응수
당 선관위, 원희룡·한동훈 제재
‘배신자’ ‘당정파탄’ 신경전 여전
친윤 vs 친한 극단적 대결 양상
나경원·원희룡 단일화 최대 변수
전대 후에도 당내 갈등 계속 우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선전·선동, 사생결단의 비난전으로 뒤덮인 채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총선 참패 이후 당 쇄신과 민심 회복 방안에 대한 토론은 없이 ‘당권부터 차지하고 보자’는 식의 아귀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선 특히 전대가 ‘현재 권력’ 윤석열 대통령을 축으로 한 친윤(친윤석열)계와 ‘미래 권력’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축으로 한 친한(친한동훈)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대 이후 두 개의 권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힘겨루기를 하며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주·제주서… 韓·羅 당원간담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14일 국민의힘 충북도당에서 진행한 청주 지역 당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오른쪽 사진)는 이날 제주도당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내전으로 치닫는 與 전대

국민의힘 전대는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극심한 내분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주로 후발 주자인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당대표 후보가 선두 주자인 한 후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네거티브전이 동원됐고, 한 후보 역시 극언으로 맞받으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주자’로 평가되는 원 후보가 한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사천·여론조성팀 운영·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을 제기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 후보는 이에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간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원 후보는 한 후보 사퇴를 거론하면서 검증 없이 비방전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대표 후보들은 당원들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하는 선동술을 사용하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12일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금기어를 쓰는 후보가 되면 당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당원들에게 경고했다. 원 후보는 더 노골적으로 한 후보를 두고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고 했다.

당내 우려가 커지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원, 한 후보에 대해 비방 및 흑색선전 등에 대한 주의·시정명령 조치를 했다. 두 후보 모두 이의 신청을 했지만, 선관위는 14일 이를 재의결했다. 그러나 후보 간 비방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결국 ‘이재명을 따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원 후보는 “선거에서 후보 검증은 필수”라며 그동안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대통령과 당이 갈라지고 당원들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차별화에 나섰다. 한 후보는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 양상 우려

특히 전대가 친윤계와 친한계 간 패권 다툼의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 간 주도권 싸움으로 심화해 전대 이후 당내 통합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는 원 후보가 친윤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외곽에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한 후보를 겨냥한 의혹 제기에 앞장서고 있다. 여론에서 절대 우위에 서 있는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 논란 당시 대통령실을 직접 겨누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순히 여당의 당대표를 뽑는 게 아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컨벤션 효과를 통해 스타 정치인이 탄생하는 게 전대인데 비방 일변도의 비호감 전대가 돼버렸다”며 “갈등 수위가 높아 전대가 끝나더라도 친윤과 친한 간 갈등은 봉합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는 “차기 대선을 생각하는 한 후보 입장에선 대통령과 최대한 협력 관계를 가져가려고 할 것”(수도권 재선 의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최대 변수는 합종연횡·결선 여부

앞으로의 전대 판세도 친윤 대 친한 구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비한동훈 주자의 합종연횡 여부가 가장 직접적인 변수로 꼽힌다. 친윤계에선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의 현 구도를 1대1 구도로 재편하고, 비한동훈 주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된다.

나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연대와 단일화 의사는 없지만 원 후보가 사실상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는 추세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 저를 지지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굳이 말씀드리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결과를 위한 연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선 투표 여부도 중대 변수로 평가된다. 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 가능성이 작다면, 인위적인 단일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한동훈 주자 모두 레이스를 완주해 각자의 파이를 넓힌 후 결선 투표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뭉치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병관·유지혜·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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