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KLPGA 선수 윤이나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
[골프한국] 윤이나(21)를 보는 골프 팬들의 시각은 극과 극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며 대회 때마다 그를 좇는 열광적인 팬이 있는가 하면 수배 전단에 오른 사람을 보듯 외면하는 골프 팬도 있다. 어쨌든 그가 출전하는 대회에 그의 매력에 빠진 많은 골프 팬들이 운집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골프 팬들의 시각과 달리 함께 경기하는 동료 선수들이 윤이나를 보는 눈은 한결같이 차갑다. 같은 조에서 경기하면서도 윤이나와 대화를 나누거나 웃는 낯을 보이는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아무도 그의 곁으로 다가가지 않기에 경기장에서 윤이나는 언제나 외톨이다. 동반 선수들끼리 눈빛과 대화로 교감하는 일반적인 풍경이 윤이나가 끼어 있으면 냉랭하게 변한다.
냉랭한 정도를 지나 적대감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지난 5월19일 춘천 라데나GC에서 열린 2024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윤이나를 보는 선수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동갑에다 동기생인 윤이나와 이예원이 4강전에서 만났다. 윤이나의 장타와 이예원의 정교함이 볼만했다. 파4 11번 홀에서 버디퍼트에 실패한 윤이나가 가까운 거리의 퍼트가 남자 먼저 홀아웃을 했다. 이를 본 이예원은 파 퍼트를 남겨둔 자신의 공이 더 멀다며 윤이나에게 마크하고 다시 퍼트할 것을 요구했다.
매치플레이에서는 상대가 컨시드를 주지 않는 이상 먼 거리의 선수가 먼저 퍼트하는 것이 규칙이다. 그렇지만 두 선수가 친한 사이라면 이미 한 퍼트를 물리고 다시 하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이나는 이미 퍼트했던 지점에 마크한 뒤 이예원이 파 퍼트를 마친 뒤에야 다시 그린에 올라 퍼트했다. 이후 윤이나의 플레이가 흔들려 결국 3&2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여파 탓인지 윤이나는 이소영과의 3, 4위 전에서도 5&4로 패했다.
컨시드를 줄 만한 짧은 퍼트, 홀 아웃을 하고 난 뒤에 다시 마크하고 퍼트하라는 상대의 무리한 어필을 두고 갤러리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지만 규칙은 규칙이니 윤이나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윤이나가 KLPG투어의 다른 선수들로부터 얼마나 배척당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과 책임은 당연히 윤이나에게 있다. 장타와 미모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오구(誤球) 플레이로 KLPGA투어에서 퇴출당했다. 데뷔 해인 2022년 6월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린 제36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誤球) 플레이를 하고도 바로 신고하지 않고 이상한 소문이 나자 한 달이나 지나 신고, 주최 측인 대한골프협회가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윤이나 선수 측의 호소와 흥행 효과를 노린 KLPGA투어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출전 정지 기간이 1년6개월로 단축되면서 '윤이나 신드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4월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를 시작으로, 14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은 단 한 번이고 2위 세 차례, 톱10에 7번이나 들었다. 톱10 확률이 윤이나보다 높은 선수는 3승의 박현경(64.28%)밖에 없다. 우승 없이 시즌 상금 5억5,143만원(7월 14일 대회 종료 기준)으로 상금 랭킹 5위에 올랐다. 우승 없는 선수 중 가장 높다.
윤이나는 11~14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으나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고지우(21)가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고 전예성(23)이 2타 차로 준우승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로 공동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한 윤이나는 골프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기량이나 흐름으로 보아 조만간 윤이나의 우승은 예상되지만 성공한 골프선수가 되기엔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반기지 않는 동료들 틈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몇 번 우승은 할 수 있지만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은 받으면서 경기한다는 것은 골프선수로서 고통이다.
많은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공한 골프선수가 되려면 먼저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 이미 찍힌 낙인을 지우려는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자신을 낮추고 동료 선수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낙인의 원인이 된 규칙 위반에 대해 동료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자세 없이 골프 팬들이 보내는 '팬심'만으로 KLPGA투어를 정복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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