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슬기 향한 ‘호의’를 ‘갑질’로 만드는 어그로라니[스경연예연구소]

이선명 기자 2024. 7. 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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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갑질 논란’
타 소속사 매니저 “당연히 할일”
“슬기 선한인성, 가요계서 이미 유명”
레드벨벳 멤버 슬기.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항에서의 일로 매니저님께, 그리고 많은 분께 실망하게 해 죄송합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저의 부주의함이 있었습니다”

레드벨벳 멤버 슬기가 지난 13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최근 연습하다 발에 물집과 상처가 났다”며 “공항에서 신을 신발의 굽이 높지 않아 괜찮을 줄 알고 여분의 운동화를 챙기지 않은 부주의로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슬기가 사과까지 내놔야 했던 사건은 지난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슬기는 K-MEGA 콘서트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만으로 출국했다.

최근 새 앨범 ‘코스믹’(Cosmic)으로 복귀한 슬기를 보기 위해 취재진이 몰렸고 공항에 도착한 슬기와 마주했다. 슬기도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시스루 상의와 블랙데님 여기에 하이힐로 포인트를 줘 관능미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슬기의 공항 패션 나들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뜻하지 않은 논란과 마주했다.

슬기가 대만 가오슝국제공항에 도착해 여기에서도 일부 팬들로부터 영상으로 모습이 담겼는데,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 운동화는 인천국제공항 당시 슬기 옆에 있었던 스태프의 운동화와 같은 모델이었다.

이 때문에 슬기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하이힐과 스태프(매니저)의 운동화를 바꾸어 신었다며 ‘갑질’ 논란이 인 것이다.

슬기는 스태프의 운동화와 자신의 하이힐을 바꾸어 신은 것이 스태프의 권유로 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사과했다. 그는 “최근 연습을 하다 발에 물집과 상처가 난 상황이었는데 공항 때 신은 신발 굽이 많이 높은 게 아니었기에 괜찮을 줄 알고 여분의 운동화를 미처 챙기지 못한 저의 부주의함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걷다 보니 발이 밀리고 점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고 가요슝 도착 후 걷기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매니저님이 공연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판단, 공항을 나가는 것까지만 신발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줬다”며 “발이 아픈 상황에 다른 방법을 생각 못하고 순간적으로 옳지 못한 판단을 해버린 것 같아 실망하셨을 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매니저와 레드벨벳 슬기의 신발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갑질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슬기가 공연을 앞두고 발 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스태프가 직접 운동화를 바꾸어 신기로 제안한 것인데, 이를 ‘갑질’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 이어진 상태다. 슬기 소속사 아닌 타 소속사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매니저로서 꼼꼼함과 배려로 보이고, 프로 정신 마저 느낄 수 있는 배려인데, 과연 이것 을 ‘갑질’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느냐”며 “슬기의 경우 관계자들에게 예의 바르기로 소문한 가수라 이번 논란에 더욱더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여성 아이돌을 맡고 있는 매니저는 “매니저 입장에서 저런 일은 일반적인 일이다. 어느 현장을 가더라도 여성 가수들인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분의 운동화가 없을 때 비일비재하게 운동화를 바꿔준다. 최상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매니저의 일이고 내 운동화를 준 적도 있다”고 했다.

또한 “가요계에서도 슬기가 인성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 이번 논란을 보고 너무 심한 ‘어그로’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같은 매니저 입장에서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성 아이돌 매니저도 “레드벨벳 슬기는 가요계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나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고, 부디 자신의 아이돌들도 슬기만큼만 같아 달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당연히 매니저로서 매니저의 일을 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남성이고, 사이즈가 맞다면 당연히 운동화를 바꿔줬을 것이고, 아니라면 슬리퍼를 사줬을 것”이라며 “다만 공항에 노출되는 장소였으면 일반적인 슬리퍼보다는 어울리는 운동화를 착용하게 했을 것인데, 사진 속 운동화라면 패션과도 이질감이 없어 보이고 나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고 했다.

연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도 맥을 함께 한다.

한 누리꾼은 “친구여도 저 상황이면 바꿔 신어주고 짐도 들어주는데 평소 발에 상처가 늘 있는 상태로 저런 신발을 매번 신던 것도 아니고, 저 정도 일도 용납 못할 정도로 비난받을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무대를 하러 간 것이면 매니저도 좋은 마음으로 양보했을 것 같은데 꼬투리를 잡을 수가 있느냐” “이런 것이 갑질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연예인과 매니저에 관계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일 듯하다” 등 이번 일이 ‘갑질 논란’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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