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탕 탕 탕" 美 대통령 유혈의 역사
총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집회에서 연설을 시작한 지 약 6분 만에 발생했다. 연단 무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 통과자 수를 언급하며 "(국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보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던 순간 "따다다닥"하고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연발 총성이 울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잡고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무대 위로 황급히 뛰어 올라 그를 감쌌고, 동시에 경호요원들이 총격범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닥, 다닥"하는 총성이 이어졌다.
'쇼맨쉽의 대가'답게 트럼프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힘차게 치켜들었다. 오른쪽 귀 부근에선 피가 흘려 내리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 에스. 에이(U.S.A.)"를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때마침 고개를 돌리는 덕분에 치명상을 간신히 피했다. 총알은 불과 몇 인치 차이로 죽음을 스쳐 지나갔다. 총알이 몇 인치만 비꼈다면 얼굴을 직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예상하지 못한 일로 매우 충격적"이라며 "마치 1960년대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인의 뇌리에 박힌 1963년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을 소환시켰다. 1963년 11월 22일 오픈카(무개차)를 타고 텍사스주 댈러스 중심가에서 퍼레이드를 하던 케네디 대통령은 리 하비 오즈월드에게 저격당해 사망했다. 퍼레이드가 TV 방송으로 생중계됐던 터라 미국인들은 총알을 머리에 맞고 쓰러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이렇게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암살이나 암살 시도가 드물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최대 총기 국가인 만큼 역대 미국 대통령 46명 중 암살 표적이 된 사람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11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4명이 사망했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암살 시도는 1835년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에게 가해졌다.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장례식을 마치고 나오다가 정신이상자가 권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불발되면서 잭슨은 목숨을 구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암살 시도는 그 이후 4명의 대통령 목숨을 앗아갔다.
1865년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워싱턴DC의 한 극장에서 남부 출신의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탄에 사망했다. 1881년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는 워싱턴DC 기차역에서 정신질환자의 총에 맞아 숨졌다. 1901년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는 무정부주의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1963년에는 케네디가 암살됐다.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던 로버트 F. 케네디 암살 사건도 충격이었다.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뉴욕주 상원의원이었던 그는 1968년 6월 캘리포니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날 밤 로스앤젤레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암살 시도 사건도 적지 않았다. 28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재킷 안쪽에 접어 넣어둔 50장 분량의 연설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하러 이동하던 도중 술집 종업원이 쏜 총에 맞았다. 하지만 총알은 연설문에 박혔다. 32대, 33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해리 트루먼도 총격 피해를 입었다.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살인마이자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 등에게 2년여간 두 차례나 암살 시도를 겪기도 했다.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워싱턴DC 시내에서 정신질환자 존 힝클리가 쏜 총탄을 가슴에 맞았으나 응급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미국은 선진 정치문화를 자랑하고 있지만, 대통령 암살이 자주 발생하는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번 트럼프 암살 시도가 미국 역사에 정치 폭력을 다시 열어 젖히는 신호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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