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피습, 정치인 테러 어떤 이유로든 용납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저격을 당해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관중 1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대선 후보가 암살 표적이 되고, 유세 현장 참석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목숨을 잃은 데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장에서 경호요원들에게 사살된 용의자는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20세 남성이며, 아직까지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총기 난사범들이 자주 사용하는 AR-15 소총으로 유세장 밖 건물 옥상에서 정확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연히 몸을 돌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인종차별, 기후위기 부정 등의 언행 때문에 그의 재집권 시 미국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전 세계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왔다. 하지만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정치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한 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외려 양극단으로 분열시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번 암살 시도에 연방수사국(FBI) 등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각종 음모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잠재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피습이 또 다른 정치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치인을 겨냥한 흉기·폭탄·총격 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국경·이민, 빈부 격차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유럽·아시아 등에서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정치적 대치가 격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2006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2022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난 1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끔찍한 흉기·둔기 테러를 겪었다. 서로 다른 견해를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고 악마화하는 현실이 정치인 테러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질서 변화에 큰 분기점이 될 미국 대선이 평화롭게 치러지길 바라며, 트럼프 피습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에서도 정치인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를 중단하고, 정치인들부터 증오를 부추기는 언사를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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