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초반 스코어 똑같아 마음 편해” 장유빈, 3전4기 프로 첫 우승 감격 ‘군산CC오픈 첫 2년 연속 우승자’
2주 전 역전패의 아픔을 바로 씻어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02년생 신예 장유빈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장유빈은 14일 전북 군산시 군산 컨트리클럽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열린 군산CC오픈 최종일 1언더파 71타를 쳤다. 장유빈은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3타를 줄인 2위 정한밀(14언더파 274타)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장유빈은 군산CC오픈 역사상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는 장유빈의 타이틀 방어전이지만, 당시에는 아마추어 초청 선수 신분이었다. 장유빈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작년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이번 시즌 전반기 7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준우승만 3번 했다.
장유빈은 “상반기 달려오면서 간절히 원했던 우승이다. 우승 문턱까지 몇 번 가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고, 스스로에게 ‘우승을 왜 못할까’ 질문하기도 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런 기분을 날렸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초반 고비에 대해 “사실 오늘 초반 스코어가 작년 우승할 때랑 똑같다. ‘운명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음은 제일 편했다”며 “자신감이 있었고, 전반 마지막 홀 이글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앞선 대회였던 지난달 30일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는 마지막날 4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이번 우승은 그 아픔을 빨리 지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3라운드 선두로 마친 장유빈은 최종일을 3타차 선두로 시작하며 “지난 대회 실패가 약이 될 것”이라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장유빈이 첫 우승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공동 2위권에서 7명의 추격을 받던 장유빈은 1번홀(파4)에서 내리막을 탄 백스핀 어프로치샷으로 기분 좋은 버디를 잡으면서 출발했지만 부담감 탓인지 샷이 흔들렸다. 이후 6개홀에서 버디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로 5타나 잃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장유빈은 9번홀(파5)에서 큰 나무를 장애물을 두고 때린 두 번째 샷이 홀 약 30㎝ 옆에 붙었고, 여기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장유빈은 후반 첫 4홀을 파로 막은 뒤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장유빈은 공동 선두를 경쟁하던 정한밀이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기회를 잡았다. 장유빈은 단독 선두로 맞은 16번홀(파5)에서 코스를 길게 양분한 워터해저드를 가로지른 350m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며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두 번째 샷을 홀 2.5m 거리에 떨궈 이글 찬스를 잡은 장유빈은 이글 퍼트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버디를 더해 2타차 선두가 됐다. 나머지 두 홀을 파세이브한 장유빈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장유빈은 승부처였던 9번홀 상황에 대해 “뒷바람이 강했고, 205m를 남겼는데 나무 때문에 높이 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7번 아이언을 잡고 강하게 쳤다”고 설명했다. 장유빈은 또 “작년 이 자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늘 따라다니며 응원해주시는 엄마, 고모께도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번 우승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찌보면 첫 우승까지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제게는 긴 시간이었는데 많은 팬들의 응원, 관심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장유빈은 우승 상금으로 1억9585만원을 받는다. 이번 대회는 7억원(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의 기본 총상금에서 프로암 참가권과 갤러리 입장권, 식음료, 기념품 등 수익금 전액을 더해 상금을 주기로 했는데, 대회 최종 총상금은 9억7929만7000원으로 늘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와 평균타수 1위에 올라 있는 장유빈은 상금랭킹 3위에서 2위(6억6462만원)로 올라섰다.
이 대회 이전에는 11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한 프로 8년차 정한밀은 첫 우승을 놓쳤으나, 시즌 최고 순위인 준우승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5타를 줄인 정태양, 4언더파 68타를 때린 최승빈, 이븐파 72타를 친 조민규가 공동 3위(12언더파 276타)에 올랐다. 디오픈 출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 나선 김민규는 한때 선두로 나섰다가 공동 6위(11언더파 277타)로 밀렸다.
군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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