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우군 확보하는 日…경제·안보 中 포위망 넓힌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방어
남중국해선 필리핀과 맞손
중국 패권주의에 정면대응
태평양 도서국과도 연대해
힘에 의한 변경 반대 주도
최근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둔 전략적 움직임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도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우군을 확보하는 데 공들이는 것은 물론, 독일 등 유럽국을 적극 끌어들여 대(對)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경제안보와 방위 분야 협력을 심화시키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인태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과 경제안보에 있어 한층 더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숄츠 총리는 "우리는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태 전략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날 독일의 인태 지역에 대한 관여 확대를 확인하고, 일본 자위대와 독일군의 방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합의했던 일본 자위대와 독일군 사이 물자와 역무를 상호 융통하는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도 이날부로 발효됐다. 기시다 총리는 "올여름 독일 공군과 해군 호위함이 일본을 방문하고, 일본 해상자위대 훈련 함대가 독일 함부르크에 기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일본은 필리핀과 상대국 파병 허용 등을 포함한 '상호접근협정(RAA)'에 서명했다.
유사시 병력 파견은 물론 합동 군사훈련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장치다.
지난 6월에는 뉴질랜드와 기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정보보호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이 역시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일본·독일 정상은 수출입 규제 등으로 중국이 무역 상대국에 가하는 '경제적 위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중요 광물 공급망 구축과 반도체 기술 개발·생산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협의 틀인 '경제안보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국 외무성과 일본 경제산업성,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국차장급이 참가한다. 반도체나 핵심 광물 자원의 조달에 있어 특정 국가·지역에 대한 의존을 피하기 위한 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발 리스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정상과 각료들이 참가하는 '정부 간 협의' 제2차 회의를 내년에 독일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을 고리로 이미 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5월 호위함과 보급함을 인태 지역에 파견하는가 하면 앞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엔사령부 가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나토와 기밀 정보 공유, 공동 훈련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은 그동안 주요국들의 중국에 대한 위협 의식을 높이기 위해 공들여왔다.
이날도 기시다 총리는 숄츠 총리에게 "유럽·대서양과 인태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주요 7개국(G7) 회원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가 선거로 정치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중국과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 베를린에 찾아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16일 태평양 도서국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사흘간 도쿄에서 열리는 '태평양 섬 정상회의(PALM)'는 팔라우, 미크로네시아연방 등 16개 태평양 도서국 및 지역 정상들이 참여한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의장을 맡는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각료급 인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올해 정상선언에서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동을 염두에 두고 "힘이나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문구가 명기된다.
또 공동행동 계획에는 자위대 함선 기항을 늘리는 등 방위 교류와 공동훈련 강화에 힘쓴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3년간 600억엔(약 5232억원)의 지원을 표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평양 도서국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로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중국은 2022년 이 지역 내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은 바 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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