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태양광발전 발판 삼아 … 한화, 빅테크 데이터센터 공략 승부수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4. 7.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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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규모 신사업 추진
현지서 태양광 전력 판매
신재생에너지 사용 목마른
구글·아마존 등에 맞춤제공
초기시장 주도권 확보 나서
'그룹승계 핵심'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키울 토대 마련도
한화에너지가 미국 플로리다주 북부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소 전경. 한화

한화에너지가 미래 신사업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낙점한 것은 아직 성숙되지 않은 미국 내 '친환경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친환경 전력으로 가동하는 AI 데이터센터 분양 사업 모델은 미국 내에서도 드문 만큼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 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한화에너지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신사업 구상은 이렇다. 미 텍사스주 서북부 지역에서 가동 중이거나 가동할 예정인 2GW(기가와트·발전용량 기준)의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친환경 전력 공급이 가능한데 이것을 토대로 200㎿(메가와트) 규모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미국 기업들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전기 사용료 등이 주요 수익원이 된다.

한화에너지가 AI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20년간 거둬들일 매출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4조7110억원)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선제적 투자를 결정한 건 친환경 AI 데이터센터 분양 사업에서 주도권을 쥘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비슷한 사업 모델을 보유한 경쟁사는 미국 전력관리 업체 '랜시움' 등을 포함해 일부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뚜렷한 강자가 없는 분야에 재빨리 진출해 향후 5년 내 952억달러(약 131조원·모도인텔리전스 전망)로 급성장할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성공으로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생성형 AI 구축·가동에 필요한 대형언어모델(LLM)의 학습과 추론을 위한 핵심 시설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가 AI 데이터센터를 200㎿급 초대형으로 건립하려는 이유도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급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최대 수십만 개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MS 데이터센터나 오리건주 소재 구글 데이터센터는 모두 200㎿급 이상 초대형 데이터센터다.

구글·메타·아마존·MS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RE100'에 가입돼 있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시장의 큰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은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PPA)을 통해 총 8.8GW의 전력을 사들여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메타·아마존·MS도 상위 10위권 내 큰손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RE100에 가입된 빅테크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전력 사용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전력시장에서 친환경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역량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신사업을 뒷받침할 한화에너지의 또 다른 핵심 역량 중 하나는 2019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펼치고 있는 전력 공급 사업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생성형 AI 열풍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은 노후화돼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력망을 새로 구축하거나 확충하는 건 통상 인허가 절차와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5~15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한화에너지가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뿐 아니라 송배전망을 기반으로 전력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친환경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발판 삼아 한화에너지는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한다는 각오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향후 태양광발전 외에도 풍력발전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해 13.7GW 규모 신재생 발전 용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너지의 이번 신사업 진출 결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로 '그룹 승계' 문제가 거론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삼형제(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그룹 승계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주)한화의 2대 주주다.

산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주)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사업 육성을 통해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것)를 끌어올려야 상장사인 (주)한화와의 합병 비율에서 유리해진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근 한화에너지가 보이는 행보는 합병을 통한 그룹 승계를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계속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한화와 한화에너지 간 합병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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