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직립의 장마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7.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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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쓸쓸함은 카를교 난간에 기대고 만다.

이마 밑에서 기이하게 빛나는 눈빛은 마이즈르 거리 그의 생가 벽면에서 보았다.

젊은 문청들을 쓸쓸한 고독으로 감염시켰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의 제목은 이 시에서 왔다.

장마의 계절, 무시로 내리는 빗속을 걷는 우리도 직립의 자세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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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쓸쓸함은 카를교 난간에 기대고 만다. 아득한 수면을 본다. 저무는 흐름 위에 몸을 던지는 비,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안개 같다. 카프카의 불안과 외로움이 잠들어 있는 유대인 묘지에는 가보지 않았다. 이마 밑에서 기이하게 빛나는 눈빛은 마이즈르 거리 그의 생가 벽면에서 보았다.

- 허만하 '프라하 일기' 일부

젊은 문청들을 쓸쓸한 고독으로 감염시켰던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의 제목은 이 시에서 왔다. 강에 몸을 던지는 모든 비는 수직으로 서서 최후에 다다른다. 장마의 계절, 무시로 내리는 빗속을 걷는 우리도 직립의 자세로 살아간다. 허공의 간이역 같은 하루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시의 첫 문장에 있다. "비가 빛나기 위하여 포도가 있다." 한 알의 포도가 몸 안에서 익어간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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