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에 ‘안전자산 쏠림’ 관측…레이건 피습 때는 국채금리 하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원에 둘러싸여 차량에 오르고 있다. 버틀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유세 중 피습당한 사건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단 이번 사건 초기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TFX 글로벌 마켓츠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닉 트위데일은 “15일(월) 장이 열리는 아시아 시장에선 의심할 바 없이 일부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있을 것”이라며 “금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시도하고, 엔화와 달러 매수가 나타나고, 미 국채로도 자금이 들어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승리 확률이 높아져, 미 국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등 주요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정책과 무역장벽을 더 높이는 탈세계화 가속화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이에 따라 달러 강세, 미 국채 금리 상승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민감한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981년 3월30일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총에 맞았을 때 주식시장은 하락했으나 그다음 날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1% 이상 뛰었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전일 대비 0.09%포인트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BCA 리서치의 수석 전략가 마르코 파픽은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트럼프 승리 확률이 높아질수록 채권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캐피털닷컴의 선임 금융시장 분석가인 카일 로다는 이날 “트럼프 피격 후 고객들이 비트코인과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뉴욕시간 기준 오전 1시5분 현재 2.7% 상승한 6만16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피습으로 트럼프 당선 확률이 훨씬 높아지면서 트럼프 집권 1기와 같은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될 경우 중국 증시와 함께 한국 증시도 상대적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이미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졌을 때 미국 거시 시장에선 금리가 올라가고 달러가 강세를 보여 왔다.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을 때 수급상에서 (국내 증시에) 조금 불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