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아태 청년 위한 평화·생태 중심 됐으면”

허호준 기자 2024. 7.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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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4월 제주에 둥지 튼 아태YMCA연맹 남부원 사무총장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허호준 기자

“현재와 미래의 주인은 청년들입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와 더불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청년들이 주체가 되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운동 과제입니다.”

12일 한라산 1100도로 해발 400여m 고지에 자리한 아시아태평양 와이엠시에이(YMCA)연맹(아태연맹) 제주본부에서 만난 남부원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태연맹이 자리한 곳은 제주은행장 출신으로 제주와이엠시에이와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한국연맹)을 이끌었던 고 김봉학 이사장이 자신의 천마목장 부지 가운데 4500여평을 청소년 수련 공간으로 내놓고, 일본 오사카의 제주도민 등이 모금 활동을 통해 1986년 설립한 청소년수련원이 있던 곳이다. 아태연맹 제주본부는 지난 4월19일 개관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 본부 사무실 바로 앞에는 수련원 건물로 썼던 건물이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공간으로 남아있다.

9년째 총장…2년 더 하면 최장기 기록
홍콩 여러 상황으로 본부 이전키로
제주, 치앙마이와 경쟁해 유치 성공
“K-문화 우호적 청년들이 손 들어줘”

40여년 동안 와이엠시에이에서 활동해온 남 사무총장은 삶 자체가 와이엠시에이나 다름없다. 대학에서 기독학생회 활동을 했던 그는 군대 전역 뒤 선배들의 권유로 1985년 1월 한국연맹에 발을 들였고, 그 이후 지금까지 와이엠시에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콩 아태연맹에서 12년을 근무한 남 사무총장은 “홍콩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그러나 최근 홍콩의 시민사회가 점점 위축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 그가 제주에 본부 이전과 함께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1950년 홍콩에 설립된 아태연맹이 본부를 옮긴 것은 74년 만이다. 연맹 이사회는 1년여 동안 논쟁을 벌인 끝에 2022년 홍콩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전을 결정했다. 이에 태국 치앙마이와이엠시에이와 한국연맹이 경쟁을 벌였고 투표 끝에 제주도에 유치하게 됐다.

“아태연맹의 의사 결정권은 24개국 대표들이 갖고 있어요. 2022년 9월 유치를 희망하는 연맹들이 토론과 제안을 하고 투표를 했는데 케이(K)-팝이나 케이-드라마 등이 외국의 청년 대표들에게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태연맹 이사회에는 청년 대표들이 많은데 이들이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었고, 한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15대 9로 제주도 유치가 결정됐어요.”

본부 건물에는 아태연맹 70여년의 손때가 묻은 자료와 서적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 들어차 있다. 또 한쪽에는 개관을 기념해 각국의 연맹들이 보내온 기념품들이 전시돼 있다.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이 연맹의 숨결이 담긴 자료와 서적들을 설명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에 본부를 이전하면서 남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 제주도에 글로벌 평화생태센터 건립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환경친화적이고 탄소 중립적으로 캠프장을 짓고 운영하려면 면적이 지금보다 최소한 10배는 돼야 한다”며 “캠프장답게 규모 있게 만들어 각국의 청년들이 평화의 섬 제주를 찾아 생태 평화를 주제로 하는 캠프장이 운영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 24개국 연맹이 참여하는 아태연맹은 2원 체제로 활동한다. 제주본부는 연맹의 실질적인 주요 업무를 총괄하고, 홍콩의 사무소는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며 기금을 담당한다. 연맹은 청년의 활동을 강조한다. 남 사무총장은 “1844년 영국에서 와이엠시에이가 처음 설립될 때 기본 정신은 청년에 있었다”며 “청년 중심의 와이엠시에이 운동으로 돌아가야 하고, 청년이 주도하는 와이엠시에이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년들의 역량을 배양하고, 그들이 연맹의 의사결정권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연맹은 평화, 정의, 지속가능한 생태를 목표로 한다. 평화 교육은 아태연맹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나라별로 관심이 달라요. 와이엠시에이가 기독교를 근거로 한 단체인데 참여 연맹들은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고, 정치와 분리될 수 없는 뿌리 깊은 관계가 있지요. 이 때문에 종교와 전통은 다르지만 평화와 정의 등 공동선을 위한 종교 간 대화와 종교 간 협력을 강조합니다. 서로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종교 간 협력 포럼이 20년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 총장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 협력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2개월 동안 진행하는 평화학교 활동을 통해 종교 간 협력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개국 연맹들, 종교적 배경 다양
종교 뛰어넘어 공동의 주체 되도록
평화학교서 종교 간 대화·협력 교육

기후 지킴이 프로그램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인식 제고도 중요한 교육 가운데 하나이다. 기후 지킴이로서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정책을 촉구하는 등 정의로운 이행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매년 11월 한 달 동안 와이엠시에이 활동가들을 교육하는 중견간사학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태연맹은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의 시대에 처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국가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청년들이 지구사회 공동의 문제를 서로 공감하고 서로 협력해 문제를 풀어가는 공동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게 장기적인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런 꿈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남 사무총장은 “9년째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더 하면 11년을 총장직을 수행하는 셈이 돼 본의 아니게 최장기 사무총장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남 사무총장은 2020년부터 동북아 그린피스 이사장도 맡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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