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지나치게 익숙한 재난...예측 가능 ‘뻔한 맛’ [솔직리뷰]

익숙한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공항대교에서 벌어진 ‘극한의 재난’

‘재난 현장’에 있는 듯한 ‘리얼함’은 잡았지만, 내용물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지나치게 ‘뻔한 맛’이다. 재난물의 공식을 고스란히 적용한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선택은 득일까 실일까.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탈출’은 시작부터 재난 생존물의 공식을 따라간다.

사진=CJ ENM

가시거리도 확보되지 않은 공항대교 위에서 ‘굳이’ ‘무리하게’ 과속 칼치기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등장으로 재난의 시작을 알린 ‘탈출’은 하필이면 같은 시간에 탱크로리 차량을 이동시키고, 그도 모자라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실패로 폐기 처분이 결정된 구조용 군견 수송차량까지 등장시키며 곧 벌어질 100중 추돌 사고를 예고한다.

아니나 다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최악의 교통사고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는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오점을 감추기 위해 전파 차단 벌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곧 다가올 ‘극한의 상황’까지 암시한다.

인물 또한 예측가능한 선상에 놓여있다. 안보실 행정관 정원(고 이선균)과 딸 경민(김수안),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과 반려견 조디, ‘프로젝트 사일런스’ 책임 연구원 양 박사(김희원), 프로 골퍼 유라(박주현)와 언니 미란(박희본) 등은 정해진 캐릭터에 따라 역할을 수행한다.

딸밖에 모르는 정원부터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했던 조박까지, 이기적이었던 인물이 위기의 상황에 부닥치면서 점차 힘을 합치는 모습은 작위적이고, 개연성보다는 스토리를 진행 시키기 위해 인물들을 배치하다 보니 캐릭터들은 전형적이 돼 버렸으며, 스토리는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사진=CJ ENM

‘재난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탈출’.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뻔한 영화’가 돼 버렸지만, 분명한 장점도 있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은 ‘팝콘 뮤비’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VFX(시각특수효과)로 디테일하게 디자인된 11마리의 실험견과 1300평의 세트장에 300대 이상의 차량을 동원해 완성된 재난 장면은 스크린을 장악하며 보는 맛을 더한다. 여기에 엔딩에서 선보이는 정원의 선택은 어딘지 모를 통쾌함을 전해주며 조디의 반려견 조디의 귀여운 매력은 ‘탈출’에 숨 쉴 틈을 제공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발군이다. 故 이선균을 비롯해, 주지훈, 김수안, 김희원 등이 펼치는 연기력 또한 영화의 부족한 개연성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무엇보다 유작이 돼 버린 ‘탈출’ 속 이선균의 열연은 흠잡을 곳이 없기 여전히 빛나며, 그렇기에 짙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재난 블록버스터의 장점과 아쉬움을 동시에 보여준 ‘탈출’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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