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상관없는 상설특검, 대안으로 부상하나···여권에선 “임명 안 하면 돼”

문광호·박하얀 기자 2024. 7.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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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의 미국 방문 출정식에서 입장하며 야구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상설특검이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특검 출범을 제도화한 상설특검법은 2014년 제정·공포된 법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상설특검 후보 추천권에 관한 국회규칙을 야당에 유리하게 개정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여권 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 임명을 거부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특검 임명 절차를 미루는 방식의 대응도 거론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상설특검법은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 대안으로 상설특검법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상설특검법은 개별특검법인 채 상병 특검법에 비해 특검 활동 기간이 짧고, 규모도 작지만 2014년 이미 통과·공포된 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부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상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이 지연·저지 전략을 펼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 상설특검법은 국회규칙에 따라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데 추천위원 7명 중 3명을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이 맡고 나머지 4명은 국회 제1·제2 교섭단체,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추천위원 4명 중 야당 몫을 늘리는 식으로 국회규칙을 개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규칙은 국회 관련 법에 대한 일종의 시행세칙인데 본회의 의결로 제·개정할 수 있으며 대통령에 의해 공포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 법사위 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맡고 있어 본회의 의결까지 야당 단독으로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국회규칙 개정이 정부·여당에 불리하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알림을 통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위원회 중 국회 추천 몫 4인을 모두 야당으로 하도록 국회규칙을 개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재명 전 대표의 4건의 재판 재판장을 검찰에서 추천하면 받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일 축구전을 하는데, 일본에서만 추천한 주심을 인정하겠나”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개정된 국회규칙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를 빌미로 윤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미루는 방식이 대응책으로 거론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제1 교섭단체가 4명을 다 가지는 국회규칙 개정은 모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모법인 상설특검법의 ‘추천위원회 위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조항과 개정되는 국회규칙이 상충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민주당이 강행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된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헌법소원 중인 문제니까 임명 절차를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야당이 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을 끝내 임명하지 않았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린다는 이유였다. 결국 최 의원은 7개월여 만에 스스로 내정자 지위를 내려놨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이 특검후보자추천서를 받고도 3일 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도록 했지만 상설특검법에는 이같은 조항이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르면 오는 25일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시도하고 이후 국회규칙 개정안 발의 등 다양한 대응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안으로 상설특검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두고 “빠르면 오는 25일이고 아니면 8월로 넘어갈 것”이라며 “재의결도 되지 않은 만큼 상설 특검은 현재로선 먼 훗날 이야기”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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