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손 놓은 돌봄, 7월 이후가 진짜 문제다
장석연씨(56)는 치매 어머니, 여섯살 터울 시각장애인 언니와 함께 산다. 지난달까지 서울시 산하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을 통해 돌봄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달을 끝으로 장씨의 언니와 어머니를 돌보던 장애인 활동지원사·요양보호사는 장씨 가족을 더는 찾아오지 않는다. 서사원이 7월말 폐지되기 때문이다.
급한대로 민간 돌봄시설에 도움을 청했지만 일은 순탄하지 못했다. 장씨는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어머니의 요양보호사는 지난주 간신히 구했지만, 언니의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여전히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간 활동지원사 2명과 면접을 봤지만, 1명은 ‘못 하겠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회신조차 없었다. 장씨는 좁은 집, 함께 사는 반려견 등이 민간 지원사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는 “돌봄지원사가 이용자를 고를 수 있는 민간에선 (우리를) 안 고르려고 하나 보다”라고 말했다. 자매는 결국 활동지원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모에게 부탁하기로 했는데, 이모는 올해 76세다.
장씨는 “서사원을 이용할 땐 지원사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대체할 인력이 있으니 공백도 없고 마음이 놓였다”며 “나이 많은 이모가 도와주시게 되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공백을 대체할 인력도 없으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사원 해산으로 인한 공공돌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이용자들이 새로운 서비스 제공기관에 잘 연계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관 해산과 이용자 연계가 두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촉박하게 이뤄지면서 서울시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서사원은 지난 11일 소속 활동지원사들을 상대로 ‘퇴사 이후에도 서사원 이용자에게 계속 서비스할 희망자를 찾는다’는 구인 공지를 냈다. ‘이용자 연계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는 “이용자 중 서사원 소속이었던 활동지원사들에게 서비스를 받고자 희망해 안내해 드린다. 8월부터 근무하실 의사가 있는 분은 사무실로 연락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서사원 해산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해고를 앞둔 노동자들과 일방적으로 쫓겨난 이용자들을 연결하려고 나선 모양새다.
애초 서울시는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다른 기관에 의뢰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서비스 의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서사원 출신의 활동지원사·요양보호사를 선호했던 이용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민간 서비스를 알아봐야 했다.
이 때문에 먼저 민간 서비스를 구해서 나간 이용자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민간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구한 A씨는 “내가 서사원 선생님과 계속하고 싶다고 했을 땐 ‘아예 안 된다’고 했다”면서 “다른 이용자처럼 서사원 출신과 계속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공평하게 안내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당장 민간에 연계되더라도 언제든 거절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사원이 완전히 해산한 이후에는 민간에 연계된 이용자가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을 맞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A씨는 “민간 지원사가 다음 주부터 오시는데 서사원이 문을 닫은 뒤에 혹시라도 이분과 트러블이 생기면 서비스가 그냥 종료될까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사원 활동지원사 B씨는 “민간에 연계됐던 이용자가 지난주 화요일에 연락이 와서 ‘민간 선생님이 더는 안 오겠다고 하신다. 다시 와달라’고 부탁하셨다”며 “‘민간 센터로 문의하셔야 할 것 같다’고만 안내하고 전화를 끊어야 해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이미 민간에 연계된 이후에는 (서사원 쪽에) 다시 연락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이용자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말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당장 연계가 됐는지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구인한 사람들이 다시 그만뒀는지 아닌지 여부”라며 “한번 계약하면 이용자 서비스를 끝까지 보장하는 서사원과 달리 민간에선 얼마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서비스를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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