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남한 중심 통일론으로 북한 압박

박순봉·곽희양 기자 2024. 7.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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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자유통일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남과 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자, 남한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통일론으로 맞선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 첫 번째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우리 모두의 ‘자유의 날’, ‘통일의 날’을 앞당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우리 모두 힘차게 나아가자”고도 말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안착하고, 남한 주민들과 화합해 가는 과정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이라는 문제를 넘어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탈주민들을 향해 “자유를 향한 숭고한 여정의 생생한 증인들”이라고 정의했다. 윤 대통령은 국경 지역 장벽, 전기 철조망, 지뢰 매설 등 북한이 이탈주민들을 막기 위해 하는 행위들을 나열한 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를 가로막는 반인륜적 행태”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착, 역량, 화합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북한이탈주민 지원책을 내놨다. 정착을 주제로는 초기 정착지원금 확대,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한 미래행복통장 제도 도입,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북한 출생 외에 제3국 혹은 국내 출생한 자녀 양육 지원 제도화 등을 약속했다. 역량 분야에선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북한이탈주민 채용 확대, 북한이탈주민 고용 기업 인센티브 제공, 통일정책 참여 통로 확장 등을 내걸었다. 화합에선 멘토-멘티 제도, 북한이탈주민 자립공동체 형성 등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 후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의 미국 방문 출정식에 참석했다. 출정식의 슬로건은 ‘자유를 향한 홈런’이다. 윤 대통령은 챌린저스에게 “야구는 자유와 관련이 많다”며 “자유는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야구 역시 선수들이 게임에 열심히 임하고 규칙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챌린저스는 2018년 창립된 국내 최초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이다.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 경기 관람을 하고 현지 청소년 야구팀과 친선 행사 등을 한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국 헌법 3조와 4조를 전면에 내세워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원하는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다. 헌법 4조는 통일을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3조와 4조를 합하면 북한의 개별 영토를 인정할 수 없고,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북은 1991년 9월 유엔(UN) 동시·가입으로 국제법상 각각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간극을 1991년 12월 남북이 합의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정의가 메워왔다. 통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만 일시적으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면서 ‘자유통일’을 언급한 것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흡수통일에 의지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것에 대해 정부가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헌법4조)’로 맞받아친 형국”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북한이 두 국가론을 내세웠고, 이에 단일국가론으로 맞선 셈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이 정작 북한이탈주민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은 차별을 우려해 자신의 출신을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북한이탈주민이 대입에서 특혜를 받고 정착자금으로 많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제도적인 노력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고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를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북한이탈주민 정착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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