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사고친’ 용마고 1학년 이서율 6이닝 무실점… “어안이 벙벙해”
“이렇게 잘 던지고 결승에 올라올 줄 몰랐는데 어안이 벙벙해요. 결승전에 나서진 못 하지만 형들을 믿습니다.”
14일 마산용마고가 이서율(16)의 역투와 7회말 극적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이재용(18)을 앞세워 광주제일고를 3대2로 꺾고 청룡기 결승에 올랐다.
1학년 좌완투수 이서율은 4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이서율은 지난 9일 대구상원고와 경기에 등판, 105구를 꽉 채우며 7과 3분의2이닝 2실점 3삼진 4피안타 5볼넷으로 승리를 챙긴 바 있다. 아직 1학년이다보니 구속은 130km대로 느리지만 특유의 슬라이더가 장점이라 이서율은 이날도 진민수 용마고 감독의 기대를 받았다. 진민수 감독은 경기 전 “이서율은 1학년이지만 이번 청룡기 대구상원고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준결승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기대에 부흥하듯 교체로 나선 이서율은 왼손으로 각이 큰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척척 꽂아넣었다. 왼쪽 긴 팔로 머리 위에서 꽂히는 공은 거의 1루에서 날아오는 듯 했다. 처음 보는 타자들은 이서율의 공을 쉽게 컨택하지 못했고, 헛스윙을 하고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서율은 “원래는 정직하게 일자로 던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왼팔 각을 크게해서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걸 장점으로 살리려고 했는데 효과적이었던 거 같다. 특히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적용되면서 또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이서율은 초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이런 투구 폼을 배웠다고 한다.
180cm 72kg 호리한 체격을 가진 이서율의 구속은 이날 110~130km대로 나왔다. 150km대를 왔다갔다하는 다른 고교 투수들에 비해 다소 느릴 수 있지만 뛰어난 제구로 이를 보완했다. 이서율은 “아직 구속은 딱히 신경 안쓴다. 대신 제구 등 오늘 불안했던 부분들을 다 보완해서 다음에는 더 잘 해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이서율은 6이닝 무실점 3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역투를 선보였다. 던진 공의 개수는 80개. 투구 수 제한 규정에 따른 의무 휴식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오는 16일 결승에서는 출전하지 못한다. 이서율은 “결승에 못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원래 8강에 진출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보다 더 높이 올라왔다. 이제 결승에서는 형들을 믿겠다”면서 “야구의 매력은 오늘처럼 지고 있다가 잘 버텨주니 역전한 뒤 느끼는 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오늘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용마고 1번 타자 이재용은 1-2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상황 타석에 올랐다. 광주일고 에이스 김태현의 네 번째 공을 그대로 밀어쳐내면서 우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용은 “상대 투수 김태현 선수가 너무 잘 던져서 앞선 타석에서는 무척 고전했다”고 했다. 실제로 결승타를 터트리기 전 이재용은 광주일고 투수 김태현을 상대한 타석에서는 두 번 모두 삼진 당했다. 그러면서 “(김태현을 상대한) 첫 타석에서 타이밍이 늦었다. 그래서 다음 타석에 더 앞에서 빨리 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늦더라. 다음에는 극단적으로 완전 앞에서 치자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쳤는데 역전 결승타가 됐다”고 했다.
용마고는 44년 만에 결승에 진출, 전주고와 서로 창단 첫 청룡기 우승을 노리는 일전을 벌인다. 이재용은 “3학년인데 결승전은 처음 와본다. 너무 꿈만 같고 행복하다. 결승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게 상대 투수들의 공을 잘 노려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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