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보안 구멍 뚫렸나…'경호 허술' 도마 위에
고강도 조사 불가피…결과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 불똥 가능성도
공화, 청문회 소집하며 공세 예고…하원의장, SS·FBI 국장 등 소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3일(현지시간) 유세장 피격 사건을 두고 허술한 보안 및 경호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선 후보에 대한 보안 체제가 허술한 구멍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특히 공화당은 비밀경호국 책임론 등을 내세워 당국을 거칠게 몰아칠 기세여서 자칫 조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남은 선거 기간 양당의 대선 후보인 두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피격 이후 보안상의 과실 가능성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미수로 규정하고 조사 중이다. 연방수사국(FBI)은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를 이번 사건 용의자로 확인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초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브룩스는 당시 유세 장소의 보안 경계선 밖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한 한 남성은 그가 총격범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존재를 경찰과 SS에 알리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유세장 밖에 있었다는 그레그 스미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 시작 5분쯤 지났을 때, 소총을 들고 건물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는 한 남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100% 보안 실패"라고 주장했다.
역시 유세장 밖에 있었던 또다른 목격자 벤 메이저(41) 역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 건물 옥상에 있던 남성이 다른 쪽으로 건너가는 것을 봤고, 총은 보진 못했지만 의심스럽다고 생각해 경찰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총격 소리를 들었고 지붕에 경찰이 있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비밀경호국은 사건 발생 직후 조사에 착수했으며, 관련 내용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또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에 '보호 자원과 역량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선 지역 경찰은 유세장소 경호를 위해 비밀경호국을 지원한다. 때로 교통안전국(TSA) 등 국토안보부(DHS) 내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요원들은 폭탄 등의 위협이 없는지 현장을 점검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차량을 타고 도착한다. 당국은 행사장 입장 시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무장요원들이 입장객의 가방과 지갑 등을 직접 확인한다.
그러나 트럼프 유세의 경우 수천명의 청중이 몰려드는데다 개방된 야외에서 열리고 몇시간에 걸쳐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AP통신은 총격범이 있던 곳이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 장소로부터 1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며, 이는 실력좋은 사수라면 사람 크기의 표적을 맞힐 수 있는 거리라고 전했다.
비밀경호국은 그가 어떻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가까이 갈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폴 에클로프는 로이터에 요원들이 미리 시야가 닿는 모든 옥상을 조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밀경호국 전 요원이었던 조지프 라소사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며, 앞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유사한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라소사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와 대규모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퇴직 요원도 이 사건은 내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외부 조사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러한 실패를 방지하고 모든 수준에서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은 아니지만, 그의 부상은 대통령과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놓인 끊임없는 위협을 부각시킨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미 전임 대통령 중 4명이 재임 중 암살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사망한 1963년이었다.
CNN은 지난 40년간 비밀경호국의 전문성이 대통령 암살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고 많은 이들이 믿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러한 시기는 끝났으며 앞으로도 몇년간 계속해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호에 우선 책임이 있는 비밀경호국을 비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비밀경호국 책임자와 경호팀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수 활동가 잭 포소빅도 X에서 "어떻게 완전 무장한 저격수가 대선 후보와 가까운 지붕까지 기어갈 수 있었나"고 따져물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은 "미국인들은 진실을 알 자격이 있다"며 비밀경호국 국장과 DHS 및 FBI의 관련 인사들을 상임위 청문회에 부르겠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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