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美 10배 인력·2배 예산 투입… 3년 뒤 핵융합 선도국은 中?

이준기 2024. 7. 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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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구소·캠퍼스 등 물량 공세
美, 연구비 줄어 인력 감소 추세
韓·日, ITER 조달품 개발 등 협력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내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 전경. 핵융합연 제공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인도, 중국 등 7개국이 공동 추진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구축 모습. 핵융합연 제공
미국과 중국이 미래 청정 에너지원인 핵융합을 둘러싼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핵융합 분야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핵융합 기술 선점 경쟁에 중국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등에 업고 '핵융합 굴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투자와 인력 등에서 미국을 이미 앞질렀고,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3∼4년 내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핵융합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최근 들어 핵융합 몸집 불리기를 위한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대규모 핵융합 기술 캠퍼스를 완공하고, 최대 규모의 기업이 포함된 국가 핵융합 컨소시엄을 출범시키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핵융합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도 투입하고 있다. 24시간 3교대 근무로 핵융합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의 10배에 달하는 핵융합 관련 박사학위 보유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핵융합 선도국인 미국을 따라 잡아 향후 핵융합에너지 분야에서 기술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핵융합에너지과학실장을 맡고 있는 JP 알레인은 "중국이 미국의 핵융합 예산보다 두 배 많은 연간 약 15억 달러(2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2020년 발표한 핵융합 발전 로드맵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따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고민의 해결책

핵융합은 수소처럼 가벼운 물질의 원자핵이 하나로 합쳐져 헬륨을 만들 때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낸다. 태양의 핵융합 과정을 모사해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1g의 수소로 석유 8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 정도로 효율적이고, 탄소 배출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한하고 청정한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할 경우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핵융합 기술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은 인공태양장치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를 통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핵융합 연구와 기술 개발의 허브 역할을 하는 캠퍼스를 완공하고, 다양한 실험 장치와 시설을 갖춰 전문 인력들이 24시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 캠퍼스는 대기업과 학계 등과 협력해 혁신적 연구를 통해 중국의 핵융합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중국과학원,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박차

중국과학원 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는 2018년 자기장 핵융합연구소를 짓기 시작해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전후해 핵융합 상용화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원자력공업그룹(CNNC)이 국영 기업과 대학으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에너지 대기업 ENN그룹을 중심으로 자기장 핵융합 장치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10년 이내 상업용 핵융합에너지 상업화를 목표로 세웠지만, 최근 핵융합 관련 예산은 10억 달러를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 증가한 규모지만,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미미한 증가세다. 핵융합 예산 증가가 주춤하자 미국 내 연구비 감소로 관련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1950년대 이후 공고하게 형성됐던 핵융합 분야 글로벌 협력에 흔들리고 있다. 핵융합 연구는 국제 협력과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협력체제가 서서히 무너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미래 핵융합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韓, 日과 핵융합 협력 범위 확장

이 가운데 국내 과학계도 일본과 핵융합 기술 협력을 통해 핵융합에너지 가속화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12일 이틀간 '제20차 한·일 핵융합 협력 공동조정관 회의(JCM)'를 갖고 양국이 보유한 핵융합장치를 활용한 초전도 핵융합 장치 운전 기술협력과 핵융합 분야 가상모형 기술, 슈퍼컴퓨팅 모의실험 관련 연구협력 등을 논의했다.

그동안 양국은 한국의 핵융합장치인 KSTAR에 일본의 가열장치, 진단장치를 적용해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양국이 참여하고 있는 ITER 개발사업에서 조달품 개발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경수 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뺏길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분야 중 하나가 핵융합이고, 최근 들어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이라며 "미 정부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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