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비상… `경호 사각지대` 놓인 정치인들

김세희 2024. 7.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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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테러를 계기로 전당대회 시즌을 맞은 한국에서도 정치인 테러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인 테러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권역별 합동연설이 시작되는 이번 주부터 후보들 보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지난 2006년 박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계기로 주요 정치인도 각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를 받을 수 있는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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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재명 대표·배현진 의원 등
공개 일정 소화 중 피습 빈발해
보좌관 밀착경호 외 대비책 없어
도널드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뒤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AP통신,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테러를 계기로 전당대회 시즌을 맞은 한국에서도 정치인 테러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인 테러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테러 위협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우리 정치인들이 공개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습을 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개별 정치인을 보호하는 관계 법령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근래 가장 가까운 정치테러 사례는 지난 1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불과 3주 간격으로 피습당한 사례가 있다. 이 후보는 부산 방문 중 60대 남성에게 목을 찔려 내경정맥이 9㎜ 손상되는 상처를 입었고, 배 의원은 서울 신사동 한 건물에서 중학생에게 돌덩이로 15차례 가격당해 사흘 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22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유튜버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했고, 2006년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대 남성이 휘두룬 커터칼에 11cm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권역별 합동연설이 시작되는 이번 주부터 후보들 보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중앙당 관계자는 "통상 합동연설 기간 지역 경찰청에 요청하거나, 경찰청 측에서 자발적으로 경찰을 배치해 대비를 한다"며 "다만 선거기간 당원과 유권자를 만나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강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전당대회가 열흘도 남지 않는 국민의힘에선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별 후보 보호를 규정한 관계 법령이 없어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최고위원 후보(국회의원에 국한)는 공적 경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따르면 경찰관의 업무 중에는 주요 인사 경호가 포함돼 있다. 다만 경찰청 훈령 상 '주요 인사'에는 대통령과 그 가족,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과 대선 후보 등만 포함된다. 여기에 정당 대표가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당에서 요청하면 신변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보좌진이 밀착경호를 하거나 본인이 조심하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박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계기로 주요 정치인도 각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를 받을 수 있는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직접 나를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며 "정치인이 지지를 얻으려면 유권자와 스킨십을 강화해야 하는 데,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순간 유권자를 피하는 꼴이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팬덤정치로 정치가 감성화되면서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악마화하고 타도하려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정치의 본질인 '협상'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막말이나 SNS를 통해 극단적인 팬덤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개헌 사항이라 쉽진 않다"고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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