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다투다 결국엔 '공익'이..."최저임금 결정 구조 바꿔야"

2024. 7.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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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공 모두 '제도 개선' 한목소리…방법론엔 입장차 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후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 후엔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전문가들 역시 현재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진단과 처방을 두고는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개편 논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공 모두 "최저임금 제도, 이대로는 안 돼"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투표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결정한 후 이인재 위원장은 올해도 합의가 아닌 표결로 최저임금이 정해진 데 아쉬움을 나타내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게 제 기본적 생각"이라며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제도 개편에 대해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도 현재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이후 낸 성명에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고, 한국경제인협회는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이정식 장관 역시 올해 심의 초반인 지난 5월 최저임금과 관련해 "결정 방식부터 한번 전면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임명'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구조"

모두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음에도 개편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에 있어서는 의견이 제각각인 탓이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관련해 주로 제기되는 지적 중 하나는 공익위원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임명한 '편향적인'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익위원 선정에도 노사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 역시 공익위원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 이인재 위원장은 2018년 논문에서 "정부의 공익위원 구성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비슷한 진단을 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직접 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공이 모여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공익위원이 최종 캐스팅보트를 쥐는 걸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구간이나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고 노사 스스로 투표에 부칠 최종안을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노사가 흥정하듯 결정…객관적 근거 있어야"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노사가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진지한 토론보다 '샅바싸움'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파행이 반복된다는 것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 이후 "현행 노사 간 협상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제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와 임금실태 분석, 최저임금 적용효과 실태조사 결과 등을 심의 기초자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생계비만 해도 노동계는 '가구 생계비'를, 경영계는 비혼 단신근로자 중에서도 '저임금 근로자 생계비'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최저임금 미만율이나 영향률이 조사에 따라 격차가 상당해 노사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올해처럼 심의 기간의 상당 부분을 업종별 구분 적용 등에 할애하고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 액수는 단 세 차례 회의 만에 결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소모적인 논쟁'을 막을 해법도 노사 동상이몽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의 업종별 구분 적용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정부가 조사·연구를 통해 논의를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사안에서 일치된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 개편 논의는 대체로 공전해왔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만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결정 체계 개편 방안을 내놨는데 노동계의 반발 등 속에 흐지부지됐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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