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바둑학과 폐과 위기…“K바둑 열기 올라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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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프로 바둑기사인 ㄱ씨는 가처분신청 탄원서에서 "6살 때부터 바둑에 입문했지만 미래 계획 중 하나인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도실습 등은 바둑학과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검정고시도 공부하고 경력을 쌓기 위해 여러 대회를 출전하는 등 (입학을 위해) 더 노력했지만 폐과 소식을 듣게 돼 정말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폐과를 둘러싼 우려는 국제 바둑계로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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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좋아하게 된 바둑에 그래도 보탬이 되고 싶었던 차에 유일한 희망이 이 학과의 존재였습니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학생 이상근(22)씨는 “반드시 프로기사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바둑계에 기여하려고 모든 학생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10일 찾은 경기 용인 명지대 바둑학과에는 학생과 교수들이 남겨둔 애정 어린 흔적이 가득했다. 복도 한쪽 면에 상장과 트로피가 놓였고, 바둑박물관(도서자료실)엔 역사책과 잡지가 빼곡했다. 강의시간표에는 ‘바둑사’, ‘바둑교육론’, ‘바둑콘텐츠개발론’, ‘바둑중국어’ 등 과목이 적혔다. 강의실 책상마다 손 때 묻은 바둑판과 바둑알이 놓였다.
1997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국내 유일 명지대 바둑학과가 대학 구조조정으로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학생과 교수들은 물론 국내외 바둑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명지대는 학사구조를 개편하며 바둑학과가 ‘사양산업’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내년부터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생 등 69명이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항고는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남 교수 등이 곧바로 재항고장을 제출하며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바둑 프로 기사가 되는 경로는 대학 외에도 다양하지만, 그간 명지대 바둑학과는 프로기사 이외에도 바둑의 저변을 넓히는 다양한 인재를 키우는 구실을 했다. 바둑계 전반이 폐과에 동요하는 이유다. 지난 4월 명지대 바둑학과가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이 학과는 교육·미디어·행정·마케팅 등 바둑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승부 위주의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수천 년 내려온 바둑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보급하자는 취지다. 최근엔 인공지능 기술을 바둑에 접목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다양한 이유로 바둑학과에 입학했거나, 입학을 준비했던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19살 프로 바둑기사인 ㄱ씨는 가처분신청 탄원서에서 “6살 때부터 바둑에 입문했지만 미래 계획 중 하나인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도실습 등은 바둑학과에서만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검정고시도 공부하고 경력을 쌓기 위해 여러 대회를 출전하는 등 (입학을 위해) 더 노력했지만 폐과 소식을 듣게 돼 정말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폐과를 둘러싼 우려는 국제 바둑계로도 번졌다. 토마스 시앙 국제바둑연맹(IGF) 부회장은 폐과 논란이 시작된 지난 2022년부터 “국제적 인지도를 누렸던 학과를 폐지하는 것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유럽바둑연맹, 헝가리·캐나다 바둑협회 등에서도 ‘(명지대 바둑학과 출신들이) 세계 바둑계에 바둑 전문가·행정가로서 기여했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드라마 등에 등장하며 인기를 더해가는 바둑의 위상을 고려할 때 폐과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바둑협회가 지난해 말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선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바둑이 소재로 활용된 영향 등으로 2016년 대비 지난해 관심도는 15%포인트(29.7%→44.3%) 상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정봉수 대한바둑협회장은 “중앙아시아·유럽·대만에서도 바둑의 열기가 올라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K) 바둑’으로 나아가기 위한 보급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과를 없애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연수생)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조영은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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