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면 모두 적"…정치 분열이 폭력으로, 전 세계가 몸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 양극화가 정치인을 향한 테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국가 최고지도자 등 정치인을 타깃으로 한 총격·폭행 시도가 잇따랐는데 이 역시 정치적 분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물가 급등, 이민자 증가, 지정학적 분쟁 등으로 극에 달한 불만이 극단적인 포퓰리즘의 부상과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현상을 불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대선 유세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차기 대통령 결정을 앞두고 정치적 폭력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유럽 주요 국가에서 중도 성향 집권당이 힘을 잃은 반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극우', '극좌' 등 정당들이 득세하는 등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미국에서도 나타났다고 봤다.
지난달 7일에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자신과 같은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 괴한에게 폭행당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목·머리 등에 통증을 호소했고 정신적 충격으로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범인은 39세 폴란드 출신 남성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독일에서도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잇따랐다.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이 괴한들에게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고,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은 뒤에서 날아온 가방에 머리를 맞았다.
시계를 더 거꾸로 돌리면 사망 사건도 여럿 있다. 2022년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범인이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2021년 7월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물가 급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이민자가 늘어 국가 경제를 망친다'는 정치 논리는 균열을 키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는 민족주의 진영과 반이민 정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자유주의 진영으로 갈라졌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도 갈등을 부채질했다. 특히 유럽 내에선 '서구의 자유주의적 가치가 교회·국가·가족 등 전통적 관념을 위협한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민족주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NYT는 정치 세계에서 나와 다른 반대 진영은 모두 적으로 간주되고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봤다.
WSJ은 이날 피격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겼고 결국 총격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 결집을 위해 충성 경쟁을 시키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 피격 사건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총격을 입은 피초 총리 역시 강력한 반이민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공통점이 있다. 피초 총리는 이후 언론을 탄압하고 성소수자·이민자 억압 정책 등으로 정치적 반대파와 갈등을 빚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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