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음 주 내내 비 온다는데”…수해 피해 복구 손길에도 농민들 전전긍긍

396㎜ 폭우 내린 논산서 복구 작업 한창
오는 23일까지 충남에 또다시 비 소식
농민들 “수로 등 배수시설 망가져 걱정”

최근 폭우로 시설하우스 수로가 파손돼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충남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 한 농가. 강정의 기자

“지난번 비로 망가진 수로 복구도 못했는데 비가 또 온다네요…”

폭염으로 체감온도가 30도를 넘나든 14일 오전. 지난주 집중호우가 휩쓸고 지나갔던 충남 논산시 황화정리에서 만난 마을 주민 손기창씨(71)는 복구 작업을 하면서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폭우로 손씨가 운영하던 시설하우스는 물론 집까지 모두 흙탕물에 잠기면서 주택 앞은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등이 마구잡이로 내팽개쳐져 있었다.

시설하우스 안팎도 온통 뻘밭이었다. 그 속에서 손씨의 부인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흙탕물 속에 잠긴 농작물을 하나하나 걷어내고 있었다.

손씨의 시설하우스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토사에 휩쓸린 터라 걷어낸 토사가 마을 곳곳에서 산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폭우 때 마을을 덮친 흙들을 모두 걷어내는 데는 역부족인듯 했다.

다행히 이날 수로 복구 작업에는 제203여단과 32보병사단 등 군 장병들이 힘을 보태고 있었다. 폭염 속에 모자와 팔토시, 수건을 둘러쓰고 대민지원을 나온 군 장병들은 하우스와 농막에서 물에 젖은 가재기구며 농기구를 햇볕 아래로 끌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손씨는 “장병들이 어려울 때에 힘을 보태줘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당장 오늘 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니 복구고 뭐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충남 지역에는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 앞서 지난 7~10일 논산 지역에는 396.8㎜의 집중 호우가 내렸다.

그는 “빗물에 잠겼던 가재도구는 급한대로 밖에 내놓기만 한 상태라 많은 비가 오면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피해 복구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제203여단과 제32보병사단 군 장병 등이 14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에서 파손된 수로를 복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정의 기자

근처에서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오명자씨(67)도 “비가 다시 쏟아진다는 예보에 새벽부터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피해가 워낙 큰데다 진입로부터 토사로 막혀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농가 인근 도로에서는 굴착기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진 제방에 모래 자루를 쌓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파손된 도로 공사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마을 진입로는 차가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는데 곳곳에 널부러진 농기구와 토사, 시설하우스 잔해들이 길을 막고 있어 차량은 커녕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논산에서 2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인근 농민 이상규씨(44)는 “집중 호우 수준만 아니라면 어찌 됐든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비가 내릴 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 피해를 입지 않은 농작물은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싸놔 보관하고 있는데, 시설하우스 배수로가 모두 망가져 버린 만큼 또다시 물난리가 나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금산 지역에서도 수해 복구가 한창이었다. 대전에서 금산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는 강모씨(60대)는 인근의 무너진 둑을 바라보며 농사에 쓰던 삽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며 빗물에 잠겼던 농작물을 포대에 옮겨담곤 했다.

강씨는 “금산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소식에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을 찾았더니 온통 쑥대밭이 돼 있었다”며 “거주하는 지역은 대전이다 보니 복구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또 비까지 내린다고 하니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 호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씨가 14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농경지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정의 기자

앞서 논산에서는 이번 집중 호우로 1명이 숨지고, 13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 1년간 폭우로 170억원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는데 올해에는 한차례 집중호우로 그 2배가 넘는 3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복구 작업을 위한 조치를 취하곤 있지만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다보니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하우스를 비롯해 농경지·축사 등에서의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피해 조사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신속한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폭우로 시설하우스 수로가 파손돼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충남 논산시 연무읍 황화정리 한 농가. 강정의 기자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