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전세계가 나의 사무실이자 시장 … `AI헬스` 글로벌 보부상 되겠다"
매일 10개 일간신문 읽고 스크랩 후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
K-헬스케어 중동·아프리카 등에 수출… 카자흐 성과 눈앞
'글로벌을 생각하라. 먼저 가라. 작게 시작하라. 빨리 움직여라(Think Global. Go First, Start Small, Move Fast).'
설재헌(60·사진) 디지털노마드헬스케어 대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스탠퍼드 메디컬센터를 방문한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13일에는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의대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같은 날 그는 '시애틀의 디지털 노마드 워킹 플레이스'라는 글귀와 함께 빼곡한 일정이 적인 종이와 다이어리 사진도 올렸다. 앞서 7월 1일엔 공항 출국장 사진, 미국 지도와 함께 '7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의 미국행'을 알렸다. 불과 보름 여 전인 6월 13일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같은 달 15일엔 카자흐스탄 알마티 사진이 등장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디지털 노마드 워킹 플레이스'란 글귀가 따라붙었다.
설재헌 대표는 "어차피 인생은 '노마드(Nomad·유목민)'"라면서 "전세계가 내 사무실이자 시장"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설 대표는 IT서비스 기업 LG CNS에서 20년가량 영업맨으로 활동했다. 2000년 당시 초대형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1350억원 규모의 철도청 고속철 통합정보시스템(IRIS) 프로젝트를 수주해 업계에서 유명세를 탈 정도로 영업 능력이 좋았다. 그 공로로 회사에서 미국 워싱턴대로 2년간 MBA를 보내줘 경영학 석사를 받기도 했다.
설 대표는 고객이 내는 공고를 보고 다른 기업과 경쟁해서 수주하는 일반적인 시스템통합(SI) 영업이 아니라, 세상과 기술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아서 먼저 사업을 제안하는 '선제안형 사업'을 발굴해 사업 기회로 연결시키는 데 뛰어났다. 매일 10개 가까운 일간신문을 읽고 중요 기사를 스크랩한 후 주간, 월간, 연간 단위로 추려가며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한 그는 그 과정을 통해 쌓은 인사이트를 실전에서 활용했다. 창의성을 주제로 사내외에서 강연 활동도 했다.
20년 이상 이어진 인사이트 다듬기와 세상 읽기 과정을 거쳐 설 대표가 꽂힌 주제는 헬스케어다. LG CNS에서 KT로 적을 옮겼던 그는 K-헬스케어 글로벌 수출을 목표로 2014년 디지털노마드헬스케어를 창업했다. 고령화와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에서 특히 강한 의료 영역에서 기회가 있다고 봤다.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과정을 거쳐 지금 열매를 키우는 영역이 '인공지능(AI) 헬스케어'다. 국내 AI 헬스케어 기업들이 개발한 솔루션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의료현장에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공들이고 있고 성과가 눈앞에 있는 지역이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을 10년 전부터 다녔는데 그 때는 AI 헬스케어 솔루션을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AI가 뭔지부터 설명해야 했죠. 국내 기업들의 솔루션 수준도 해외에 내놓을 만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 수요가 있고 국내 솔루션도 어느 정도 검증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팔아야죠."
개별 스타트업들이 감당하기 힘든 글로벌 영업·마케팅 비용을 n분의 1씩 부담해 진출 국가의 수를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의료기기 기업 등과 호흡을 맞추며 지난 10년간 글로벌 곳곳에 씨를 뿌려온 만큼 이제 거둘 때가 됐다는 것. 특히 우리보다 의료가 뒤져있는 개발도상국들을 수시로 찾으면서 건강검진센터 수출부터 원격의료 서비스, 의료관광 등 다각적인 기회를 엿봐온 설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AI 헬스케어 솔루션이야말로 수출에 최적 아이템이라고 꼽는다.
그는 "지난 10년간 시행착오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살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것"이라면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은 수요 병원들이 돈을 들여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확실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AI 헬스케어 솔루션 공급 거점 역할을 할 병원을 확보하고, 이 병원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도입할 2개 병원을 발굴한 설 대표는 8월말 거점병원 현판식을 열고 서비스를 시작한다. 거점병원은 K-AI 헬스케어 솔루션을 도입해서 쓰면서 주변 병원들에 이를 알리고 확산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설 대표는 "유방암 진단부터 시작해서 뇌졸중, 치과 솔루션까지 쓸 수 있게 했다"면서 "그에 더해 올 연말까지 UAE,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타지키스탄까지 5개국에 '디지털노마드헬스케어 AI 허브'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투자를 쏟아부어서 개발한 솔루션의 판로가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아 '데스밸리' 상황에 놓인 국내 기업들을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단일 기업이 각 시장에 조직을 만들고 영업을 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우리 같은 전문기업이 국산 솔루션을 모아서 뛰면 훨씬 효율적이다. 20개 정도 솔루션을 가지고 나갈 생각으로, 현재 10개 정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내 AI 헬스케어 기업의 해외 투자유치도 돕고 있다. 현재 10개 기업이 홍콩 투자기업의 심사를 바고 있다.
디지털노마드헬스케어라는 사명에서 읽을 수 있듯이 물리적 사무실이 없고, 호흡을 맞추는 이들도 정식으로 대표와 직원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일종의 '가상 컴퍼니'로 활동한다는 설 대표는 "AI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열리는 새로운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보부상'이 되겠다. 전세계 의사들을 K-의료 수출의 세일즈맨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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